무등산 입구에 오롯이 선 ‘무등산 시인’ 시비
2018년 05월 24일(목) 00:00 가가
범대순 시인 4주기 맞아 오늘 제막식
대표작 ‘무등산송’ 전문 새겨
시낭송회 등 4주기 추모행사도
대표작 ‘무등산송’ 전문 새겨
시낭송회 등 4주기 추모행사도
무등산 탐방지원센터 잔디광장에 세워진 ‘범대순 시비’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눈을 감아도 그 동서남북
서서 바라보는 자리가 화순인 듯 담양인 듯
광주 어디 서서 보아도 크고 넉넉함이며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춘하추동 계절 없이 넘어선
언제나 붉은빛이 푸른빛이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만 자색이 꿈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알맞게 높고 알맞게 가난하고
그 안에 수많은 장단과 고저
역사가 바위가 되고 흙이 된 긴 이야기
평생 한 번만이라도 원노니
낮에도 별들이 내려와 노는
너덜겅같이 밤에도 태양이 뜨는
침묵이 바로 함성인 큰사람 같이
(범대순 ‘무등산송’)
“나의 산행은 잃어버린 무등산의 원시를 찾아가는 고산고수(苦山苦水)의 길이다.”
자신의 무등산 산행을 ‘요산요수’가 아닌 ‘고산고수’로 표현한 범대순 시인(1930∼2014). 범 시인은 생전에 무등산 1100회, 서석대 160회를 오르내렸다. 스스로 이 횟수를 밝힌 것은 그의 산행이 단순한 숫자가 아닌 스토리였기 때문이다. 한겨울 영하 30도의 서석대 등정과 폭설폭우 속의 등반이 거기에 있다.
광주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의문, 세계의 근원에 대한 깊은 사유는 그의 고행의 산행에서 싹텄다. 무등산을 노래한 시만도 100여 편을 넘을 만큼 그의 무등산 사랑은 지극했다.
‘무등산 시인’ 범대순의 4주기를 맞아 시비 건립 제막식이 24일 오후 5시 탐방지원센터 잔디광장(문빈정사 아래)에서 열린다.
제막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정규철 추진위원 대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정후식 광주일보 논설실장, 박관서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나종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고재종 시인, 김완 시인(광주보훈병원 심혈관센터장) 등 추진위원들과 제자들을 포함해 모두 1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문학 정신과 뜻을 기린다.
가로 2m, 세로 1m 크기의 시비 전면에는 고인의 대표작 ‘무등산송’이 새겨져 있고 후면에는 설립취지와 약력, 추진위원 명단 등이 새겨져 있다. 비문 글씨는 우석 박신근의 작품이다.
이날 제막식에는 송광룡 시비건립추진위 간사(문학들 대표)의 건립 경위 보고, 정규철 시비건립추진위 대표의 인사말, 정환담 전남대 명예교수의 축사가 있을 예정이다. 이어 김희수 시인의 시 낭송, 유족 대표로 큰아들 범희승 전 화순전남대병원장의 답사가 예정돼 있다.
1930년 광주시 북구 생용동에서 태어난 범 시인은 고려대 영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전남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활발한 시작 활동을 펼쳤다. 1958년 ‘문학예술’에 고려대 은사 조지훈 선생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시집 ‘흑인고수 루이의 북’을 간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단에 존재를 드러낸다.
60여 년 가까운 시작 활동을 통해 ‘기승전결’ ‘파안대소’ ‘산하’ 등 30여권의 시집과 에세이집을 펴냈으며 제12회 영랑시문학상과 제29회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시인으로서의 삶뿐 아니라 영문학자로서의 삶에도 충실해 시론집 ‘백지와 기계의 시학’ ‘트임의 미학’ 등을 발간, 시의 이론 정립에도 역점을 기울였다.
제막식 이후에는 오후 7시부터 전통문화관 너덜마당에서 범대순 시인 추모행사로 무등산 시낭송회가 펼쳐진다.
‘시와 음악이 흐르는 무등산의 밤’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시낭송회에서는 시낭송, 공연, 토크 등을 통해 범대순 시인을 기억하고 추모할 예정이다.
양지연 MC의 진행으로 오프닝 공연에서는 대금 공연(문성채)이 예정돼 있다. 이어 광주시낭송협회 박진찬 회장의 ‘큰 바위의 꿈을’, 김지연 시낭송가의 ‘무등산 서석대’, 고인의 큰딸인 범영숙 교수의 피아노 공연(베토벤 월광 소나타)가 펼쳐진다.
‘무등산과 범대순’을 주제로 가족과 함께하는 토크도 진행된다. 고인과 얽힌 추억과 감동의 스토리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어 임경화의 ‘무등을 바라보며’, 심연옥의 ‘새인봉 노래’, 최도순의 ‘노홍의 시간’, 양순영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정장훈 무등산국립공원소장의 ‘무등산송’의 시낭송이 펼쳐진다.
국립교향악단원을 역임했던 임석인의 섹소폰 연주(백학, 터키행진곡, 왈츠) 등도 무등산 자락에 울려 퍼진다. 문의 010-2680-9426.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눈을 감아도 그 동서남북
서서 바라보는 자리가 화순인 듯 담양인 듯
광주 어디 서서 보아도 크고 넉넉함이며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춘하추동 계절 없이 넘어선
언제나 붉은빛이 푸른빛이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만 자색이 꿈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그 안에 수많은 장단과 고저
역사가 바위가 되고 흙이 된 긴 이야기
평생 한 번만이라도 원노니
낮에도 별들이 내려와 노는
너덜겅같이 밤에도 태양이 뜨는
침묵이 바로 함성인 큰사람 같이
(범대순 ‘무등산송’)
“나의 산행은 잃어버린 무등산의 원시를 찾아가는 고산고수(苦山苦水)의 길이다.”
자신의 무등산 산행을 ‘요산요수’가 아닌 ‘고산고수’로 표현한 범대순 시인(1930∼2014). 범 시인은 생전에 무등산 1100회, 서석대 160회를 오르내렸다. 스스로 이 횟수를 밝힌 것은 그의 산행이 단순한 숫자가 아닌 스토리였기 때문이다. 한겨울 영하 30도의 서석대 등정과 폭설폭우 속의 등반이 거기에 있다.
‘무등산 시인’ 범대순의 4주기를 맞아 시비 건립 제막식이 24일 오후 5시 탐방지원센터 잔디광장(문빈정사 아래)에서 열린다.
가로 2m, 세로 1m 크기의 시비 전면에는 고인의 대표작 ‘무등산송’이 새겨져 있고 후면에는 설립취지와 약력, 추진위원 명단 등이 새겨져 있다. 비문 글씨는 우석 박신근의 작품이다.
이날 제막식에는 송광룡 시비건립추진위 간사(문학들 대표)의 건립 경위 보고, 정규철 시비건립추진위 대표의 인사말, 정환담 전남대 명예교수의 축사가 있을 예정이다. 이어 김희수 시인의 시 낭송, 유족 대표로 큰아들 범희승 전 화순전남대병원장의 답사가 예정돼 있다.
1930년 광주시 북구 생용동에서 태어난 범 시인은 고려대 영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전남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활발한 시작 활동을 펼쳤다. 1958년 ‘문학예술’에 고려대 은사 조지훈 선생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시집 ‘흑인고수 루이의 북’을 간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단에 존재를 드러낸다.
60여 년 가까운 시작 활동을 통해 ‘기승전결’ ‘파안대소’ ‘산하’ 등 30여권의 시집과 에세이집을 펴냈으며 제12회 영랑시문학상과 제29회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시인으로서의 삶뿐 아니라 영문학자로서의 삶에도 충실해 시론집 ‘백지와 기계의 시학’ ‘트임의 미학’ 등을 발간, 시의 이론 정립에도 역점을 기울였다.
제막식 이후에는 오후 7시부터 전통문화관 너덜마당에서 범대순 시인 추모행사로 무등산 시낭송회가 펼쳐진다.
‘시와 음악이 흐르는 무등산의 밤’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시낭송회에서는 시낭송, 공연, 토크 등을 통해 범대순 시인을 기억하고 추모할 예정이다.
양지연 MC의 진행으로 오프닝 공연에서는 대금 공연(문성채)이 예정돼 있다. 이어 광주시낭송협회 박진찬 회장의 ‘큰 바위의 꿈을’, 김지연 시낭송가의 ‘무등산 서석대’, 고인의 큰딸인 범영숙 교수의 피아노 공연(베토벤 월광 소나타)가 펼쳐진다.
‘무등산과 범대순’을 주제로 가족과 함께하는 토크도 진행된다. 고인과 얽힌 추억과 감동의 스토리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어 임경화의 ‘무등을 바라보며’, 심연옥의 ‘새인봉 노래’, 최도순의 ‘노홍의 시간’, 양순영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정장훈 무등산국립공원소장의 ‘무등산송’의 시낭송이 펼쳐진다.
국립교향악단원을 역임했던 임석인의 섹소폰 연주(백학, 터키행진곡, 왈츠) 등도 무등산 자락에 울려 퍼진다. 문의 010-2680-9426.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