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7일 9시30분,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 하늘색 건물,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T2와 T3 사이로 걸어 군사분계선을 넘고 남측으로 내려온다. 문재인대통령은 여기에서 김 위원장을 맞이할 계획이다. 한반도 평화의 봄은 이렇게 열리게 된다. 세계의 눈은 판문점으로 집중될 것이고 한동안 뉴스의 중심에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세계인이 깜짝 놀랄 내용도 분명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4월 27일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2017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비하하듯 ‘로켓맨’이라고 지칭했다. 유엔연설에서는 “북한을 파멸시켜버리겠다”며 거친말을 쏟아냈다. 북한의 김위원장은 이에 맞서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뒤이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급기야는 북·미간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몰고 갔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배경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북한의 경제문제와 체제 안전보장 담보에 기인한다. 김위원장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제시했다. 통치이념이었던 경제·핵 병진 노선 폐기를 선언하고 앞으로는 경제발전에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의 이러한 전략노선이 성공하기위해서는 개혁과 개방은 필수이며 비핵화와 평화정착이 그 전제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예전처럼 계속해서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돼 경제를 옥죄어 온다면 김위원장의 정권은 급속도로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오늘 남북정상회담을 미리 예측해 본다면 납북이 합의한 4·27선언에서는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정착을 위한 조치, 군사적 신뢰구축 등이 핵심의제가 될 것이다. 군사적 신뢰구축 일환으로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정례적인 이산가족 상봉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경제문제가 심도있게 토의는 되겠지만 합의의제로 제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의 수행단에서 경제부처 장관이 빠지고 합참의장이 추가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대북 제재가 유효한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남북경협 사업을 논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둘이 아니라 사실상 하나의 패키지라는 관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전에 정의용 안보실장이 보름 만에 다시 방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의 협상스타일은 북한체제 특성상 김일성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항일유격대식 협상전술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통 큰 협상전술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주요한 사항은 자신이 결정하고 실무자들이 검토하는 전형적인 탑 다운식의 의사결정체계를 보여줄 것이다.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은 물론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의 등장시기도 관심거리며, 만찬시 건배사도 지켜볼 만하다. 또한 오후 기념식수 후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면서 나눌 담소 내용도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평화공세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핵 개발의 시간을 벌기 위한 의도라고 보고 있다. 물론 그동안 북한의 행태를 지켜보았을 때 이러한 의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북·미의 상호작용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이뤄갈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본다.

역사는 늘 거대한 흐름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한반도를 넘어 새로운 세계질서를 우리가 주도할 것으로 판단된다. 남북정상회담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번 회담을 토대로 대화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는 것은 물론 그동안의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 말끔하게 씻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