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내와 두 아들을 보는 게 소원입니다.”

국내 최고령 장기수 서옥렬(90·광주시 북구 각화동)씨의 꿈은 하나다. 북에 있는 가족을 딱 한번만이라도 만나는 것이다.

그는 1961년 남파 간첩으로 붙잡힌 후 60여년 동안 가족에게 보내지도 못하는 편지를 쓰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광주일보 2017년 7월21일자 6면〉

30대 청년으로 가족 곁을 떠난 그는 어느덧 백살을 바라보는 노인이 됐고, 현재 폐에 물이 차는 등 병이 깊어져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최근 병색이 짙어진 서씨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가족상봉의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이 잘 성사돼 북에 있는 가족과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소망했다.

26일 ‘장기구금 양심수 서옥렬선생 송환추진위원회’(공동대표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 이하 송환추진위)에 따르면 광주·전남에 거주하고 있는 비전향 장기수는 서씨와 이광근(73·광주시 서구 양동), 이두화(여·90·전남) 등 모두 3명이다.

1928년 신안군 안좌면에서 태어난 서씨는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학도병으로 인민군에 편입돼 북으로 갔다.

김일성종합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교원이 됐고, 같은 학교 교원이던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두 아들을 뒀다. 1961년 8월 북한 공작원으로 고향을 방문했다가 월북하던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같은 해 9월부터 1990년까지 30년간 복역하다 석방됐다.

평양이 고향인 이광근씨는 평양통신전문대학을 졸업한 후 인민군에 복무하다 공작원으로 차출됐다. 22살이 되던 해 남한에 내려온 그는 국가 보안법 위반 혐의로 붙잡혀 1967년 1월부터 1988년 12월까지 22년을 복역했다.

이씨는 다시 북으로 가겠다며 50년 동안 결혼도 하지 않고 현재까지 광주에 옷수선업에 종사하며 외롭게 살고 있다. 북에는 유일한 혈육인 누나가 있다.

함경남도 출신인 이두화씨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사(朝鮮史)를 전공하던 중 대학 3학년 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정치공작도당학교 강사로 무안군에 파견돼 현재까지 전남 곳곳을 돌며 생활하고 있다.

이씨는 전쟁이 끝난 1954년 국방경비법·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붙잡혔고 7년의 수감생활을 한 후 1958년 풀려났다. 이씨도 고향으로 다시 갈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다.

한편 현재 국내 비전향 장기수는 광주·전남 3명을 포함해 모두 19명이다.

2000년 9월 2일 진행된 63명의 비전향장기수 1차 송환 이후 2차 송환 대상자 33명 중 14명이 세상을 떠났다.

남은 19명도 대부분 고령인데다가 고문에 의한 후유증과 투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 등 일부 장기수들은 유신시절 고문을 동반한 반강제 전향 공작을 못 이겨 준법서약서에 직인을 찍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1차 송환 때 포함되지 못한 이유다.

송환추진위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한국진보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13개 시민사회인권단체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전향 장기수들의 송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장헌권 송환추진위 공동대표는 “그동안 만난 비전향 장기수들은 평생 외로운 삶을 살며 오직 가족들을 만나겠다는 희망 하나로 버텼다”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장기수들이 꼭 가족을 만나길 바라며 비전향 장기수의 북한 송환을 꾸준히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