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부재는 고립된 개인들의 사회를 낳는다. 시회적 삶의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개인들은 각자도생해야 하며 리스크를 개인화해야 한다. 작금의 우리의 모습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최고의 자살률이라는 통계가 방증한다.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김미경 교수가 펴낸 ‘감세 국가의 함정’은 세금을 내고 걷는 행위를 들여다봄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묻는다.

국가가 재정을 조세에 의존한다는 것은 결국 사회에 의존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근대에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걷기 시작했고, 시민의 납세와 전쟁 참여가 시민권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근대 국가를 ‘조세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저자는 산업화 시기 한국은 사회로부터 조세 수취에 의존하지 않았다고 본다. 조세 제정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하는 것을 회피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를 ‘감세 국가’로 정의하는데 이는 조세 재정에 대한 의존성이 낮은 국가임을 보여준다. 세금도 적게 걷고 공적 지출도 적은 국가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재정을 조제에 의존하지 않았는가. 저자는 관방주의 지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관방주의 지향이란 “불안정한 국제정치적 환경에서 국가의 생존 자체가 최대의 목적이며, 생존을 위한 군사적 능력, 경제발전, 기술 발전, 인적 자원의 증대에서 진보를 성취할 수 있는 국가의 수행 능력을 정치적 정당성의 원천으로 삼는 권위주의적 국가의 특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시민의 약 절반은 소득세 면세자이다. 그만큼 세수 시반이 협소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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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