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막걸리를 탐하다 - 이종호 지음
2018년 04월 27일(금) 00:00 가가
시큼하면서도 담백한 한국의 ‘국민주’ 이야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술 가운데 하나가 막걸리다. 한번쯤 막걸리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친근한 술이다. ‘막걸리’는 ‘막 걸렀다’라는 말에서 유래됐으며 ‘함부로 걸렀다’라는 뜻도 내포돼 있다.
“즉, ‘막되고 박한 술’이라는 듯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마구 거른 술은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하다는 뜻에서 탁배기, 탁백이, 탁주배기, 탁바리라고도 불렀다.”
우리나라의 전통 술을 말할 때 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다. 막걸리는 유구한 역사를 통해 한민족의 술로 자리매김했다. 더욱이 선조들은 마시고 즐기기 위한 용도뿐 아니라 제례의 중용한 재물로 인식했다.
시큼하면서 담백한 한국의 막걸리를 다룬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이 펴낸 ‘막걸리를 탐하다’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막걸리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조선시대에는 술을 관리하는 기관이 따로 있었다. 왕의 식사를 관리하는 직책 가운데 ‘녹관’(祿官)이 있었는데, 이들 중 술 담당을 ‘주인’(酒人)이라 했다. 또한 고을에는 술을 잘 빚는 여자가 있기 마련인데, 이들을 ‘대모’(大母) 또는 ‘주모’(酒母)라 불렀다.
그런데 술은 왜 술로 불리게 됐을까?.
“우리 조상들은 열(불)을 가하지 않았음에도 곡식과 누룩, 물이 섞여져 끓어오르는 현상을 보고 술에 ‘수-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난데없이 물에서 불이 난다’는 생각에서였다. ‘수-불’이 이후 수-블〉수-울〉수-을 등을 거쳐 술이라는 이름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술에는 ‘물에 가둔 불’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아마도 술을 마시면 열이 나고 뜨거워지는 것은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 술의 역사를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어렵다. 대체로 농경사회로 정착할 때부터 탁주를 만들어 마셨을 것으로 보는데, 고구려 시대에 막걸리가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위지 동이전은 고구려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장양(藏釀)을 잘한다’고 했다. 장양은 한국의 전통적인 발효식품 김치나 장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긴 하지만, 주류(酒類) 학자들은 음식물을 저장할 때 술을 빚어 저장하는 방법을 일러 장양이라고 해석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막걸리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제조 방식이 달랐다. 목적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됐으며 기술 또한 대대로 전승됐다. 그 가운데 일제 강점기에는 막걸리 제조와 관련해 큰 변화를 맞게 된 시기다.
저자에 따르면 1910년 양조장 수는 15만 6000곳에 술 제조 면허를 받은 사람도 36만 6700명에 이르렀다. 그러다 조선총독부의 양조장 억제 정책으로 술 제조 면허자 수가 13만1700명에서 1930년경 4000명 정도로 축소됐다. 1932년에는 단 1명으로 줄었고, 1934년에는 제조 면허제 자체를 아예 폐지했다.
막걸리는 1960년대 ‘국민주’ 대접을 받으며 술 소비량의 70%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정부는 식량난을 이유로 원료를 쌀에서 밀가루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다 1977년 통일벼 증산이 시작되면서 쌀과 밀가루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작금의 막걸리 부상은 지난 2005년부터 일본에서 불기 시작한 막걸리 열풍과 무관치 않다. 사람들이 전통 막걸리를 다시 보기 시작했으며 과학계에서도 우수성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막걸리는 열량이 낮고 필수아미노산·유산균·유기산·비타민B가 풍부하다. 여기에 주박(지게미)에 포함된 영양 성분은 허기를 달래주고 변비 개선에 효과가 있다.
한편 책에는 한국의 양조장 24곳도 소개돼 있다. 물론 ‘막걸리 명소’ 24곳이 한국의 막걸리를 모두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막걸리 등을 생산하는 양조장이 850곳(전통주로 분류되는 주종 포함) 이상이며 생산되는 막걸리 종류만도 1500여 종에 달하는 걸 보면 가히 춘추전국시대다. 저자는 “국민을 웃기고 울린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식”으로 풀어내며 막걸리의 맛과 멋을 흥겹게 풀어낸다. 책을 읽고 나면 적당한 막걸리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약주라는 사실에 도달한다.
〈북카라반·1만6000원〉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소설가인 박성천 기자는 전남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남대에 출강중이며 소설집 ‘메스를 드는 시간’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즉, ‘막되고 박한 술’이라는 듯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마구 거른 술은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하다는 뜻에서 탁배기, 탁백이, 탁주배기, 탁바리라고도 불렀다.”
시큼하면서 담백한 한국의 막걸리를 다룬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이 펴낸 ‘막걸리를 탐하다’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막걸리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조선시대에는 술을 관리하는 기관이 따로 있었다. 왕의 식사를 관리하는 직책 가운데 ‘녹관’(祿官)이 있었는데, 이들 중 술 담당을 ‘주인’(酒人)이라 했다. 또한 고을에는 술을 잘 빚는 여자가 있기 마련인데, 이들을 ‘대모’(大母) 또는 ‘주모’(酒母)라 불렀다.
“우리 조상들은 열(불)을 가하지 않았음에도 곡식과 누룩, 물이 섞여져 끓어오르는 현상을 보고 술에 ‘수-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난데없이 물에서 불이 난다’는 생각에서였다. ‘수-불’이 이후 수-블〉수-울〉수-을 등을 거쳐 술이라는 이름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위지 동이전은 고구려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장양(藏釀)을 잘한다’고 했다. 장양은 한국의 전통적인 발효식품 김치나 장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긴 하지만, 주류(酒類) 학자들은 음식물을 저장할 때 술을 빚어 저장하는 방법을 일러 장양이라고 해석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막걸리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제조 방식이 달랐다. 목적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됐으며 기술 또한 대대로 전승됐다. 그 가운데 일제 강점기에는 막걸리 제조와 관련해 큰 변화를 맞게 된 시기다.
저자에 따르면 1910년 양조장 수는 15만 6000곳에 술 제조 면허를 받은 사람도 36만 6700명에 이르렀다. 그러다 조선총독부의 양조장 억제 정책으로 술 제조 면허자 수가 13만1700명에서 1930년경 4000명 정도로 축소됐다. 1932년에는 단 1명으로 줄었고, 1934년에는 제조 면허제 자체를 아예 폐지했다.
막걸리는 1960년대 ‘국민주’ 대접을 받으며 술 소비량의 70%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정부는 식량난을 이유로 원료를 쌀에서 밀가루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다 1977년 통일벼 증산이 시작되면서 쌀과 밀가루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작금의 막걸리 부상은 지난 2005년부터 일본에서 불기 시작한 막걸리 열풍과 무관치 않다. 사람들이 전통 막걸리를 다시 보기 시작했으며 과학계에서도 우수성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막걸리는 열량이 낮고 필수아미노산·유산균·유기산·비타민B가 풍부하다. 여기에 주박(지게미)에 포함된 영양 성분은 허기를 달래주고 변비 개선에 효과가 있다.
한편 책에는 한국의 양조장 24곳도 소개돼 있다. 물론 ‘막걸리 명소’ 24곳이 한국의 막걸리를 모두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막걸리 등을 생산하는 양조장이 850곳(전통주로 분류되는 주종 포함) 이상이며 생산되는 막걸리 종류만도 1500여 종에 달하는 걸 보면 가히 춘추전국시대다. 저자는 “국민을 웃기고 울린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식”으로 풀어내며 막걸리의 맛과 멋을 흥겹게 풀어낸다. 책을 읽고 나면 적당한 막걸리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약주라는 사실에 도달한다.
〈북카라반·1만6000원〉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소설가인 박성천 기자는 전남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남대에 출강중이며 소설집 ‘메스를 드는 시간’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