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4대 명절은 설·한식·단오·추석이다. 농경 사회에서 1년의 시작인 설과, 마무리를 상징하는 추석의 중간에 있는 한식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다. 단오는 음력 5월 5일. 한식과 단오에 대한 인식과 의미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지만,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금까지 수천 년간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한식(寒食)의 유래가 된 개자추는 19년간 타국을 전전했던 진문공을 수행하며, 할고봉군(割股奉君)의 일화를 만든 인물이다.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허기진 군주를 먹였던 것이다. 하지만, 어렵사리 제후가 된 진문공에게 관직을 전혀 받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에게 “문공이 군주가 된 것은 하늘의 뜻인데, 몇몇 인사들은 자신의 공로라고 말하고 있다”며 함께 산속에 들어가 숨어 살았다. 이 사실을 안 진문공이 그를 나오게 하기 위해 산에 불을 질렀는데, 모자는 결국 타 죽은 채 발견됐다고 한다. 이후 개자추를 기려 불을 지른 날을 한식날로 정해 더운 음식을 먹지 못하게 했다고 전해진다.

사기열전 제24편 굴원가생열전에 따르면 굴원은 초나라 쇠퇴기에 간신들이 모함하자 자신의 지조와 결백, 그리고 떳떳함을 보이기 위해 멱라수(汨羅水)에 돌을 안고 들어갔다. 이런 일화가 우리나라에 전래돼 단오(端午)의 기원이 됐다. 굴원은 죽기 전 ‘어부사’(漁父辭)라는 시를 지었는데, 여기서 “온 세상이 모두 흐려 있는데 나만 홀로 맑고, 뭇사람들은 모두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 쫓겨났소”라고 했다.

지금에 와서 새삼 개자추와 굴원의 행적을 다시 살펴보는 이유는 이들이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권력 쟁취를 향한 권모술수, 승자의 집권과 독식, 논공행상의 폐해, 집권층의 비리와 부패 등 당시 전쟁 전후 벌어진 일상은 지금 우리의 선거 전후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지방 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러 후보자와 그를 돕고 있는 인사들은 이제 사리사욕이나 입신양명이 아닌, 지역과 지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