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한 영화 ‘1987’에서 이한열 열사를 숨지게 한 도구로, 반독재 민주화 시위 등에서 국민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명을 떨쳤던 최루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광주·전남경찰청이 그동안 보관해 왔던 최루탄을 경찰서 및 기동부대 운영지침상 최소 수량만 남기고 모두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1998년 이른바 ‘최루탄 무사용 선언’ 이후 지난 2010년 최루탄을 소량 폐기한 적은 있지만, 대규모 폐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지방경찰청은 5월 말까지 관할 경찰서 5곳(방범순찰대 4곳)과 기동부대 3곳에서 보관중인 최루탄 가운데 5000여발을 폐기할 예정이다.

운영지침상 남겨놓기로 한 나머지 4000여발도 최소 필요량만 놔두고 순차적으로 폐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남지방경찰청도 5월말까지 21개 경찰서와 6개 기동대에 보관중인 최루탄 중 2만여발을 폐기하고, 최소 수량인 3000여발만 남겨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말 기동부대와 30개 경찰서에 보관 중이던 최루탄 가운데 3만5000여발을 폐기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도 오는 9월께 최루탄을 폐기할 계획이다.

최소 필요량은 경찰관 기동대 운영규칙에 따라 기동부대는 KP1 200발, KP3 100발, KP5 100발 등 총 400발, 경찰관서는 100발로 정해져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기동부대 운영 지침에 따른 최소 필요량만 남기고 나머지 최루탄을 모두 폐기할 예정으로, 앞으로 최루탄 자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긴 조치”라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남겨놓은 소량의 최루탄도 순차적으로 모두 폐기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1998년 집회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실제 경찰은 광주·전남을 포함한 전국적으로 1998년 한해 동안 노동절(5월1일) 집회와 만도기계 노사분규 현장(9월3일) 등 단 2차례 3000여발의 최루탄을 사용한 이후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박진표기자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