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지역에서 많이 쓰는 말 가운데 ‘거시기, 머시기’가 있다. 201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전의 주제이기도 했던 ‘거시기, 머시기’는 방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어감이 주는 착시현상은 듣는 이로 하여금 지역의 정서를 환기한다.

‘거시기, 머시기’는 두 단어 모두 사투리 같지만 하나는 표준어이고 하나는 방언이다. 종종 상대의 말속에 감추어진 맥락을 짚어낼 대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이다. 여기에는 다소 모호하지만 ‘소로 통한다’라는 공통의 정서가 내재돼 있다.

지방이 고향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투리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 유년의 추억이나 고향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지만 더러는 당혹스러운 기억과 연관된 때도 있다. 자신의 사투리 억양이 우스워 보일까 걱정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지방의 말이고 ‘틀린’ 말은 없으며 ‘다른’ 말이 있을 뿐이다.

서울대 국문과 정승철 교수가 펴낸 ‘방언의 발견’(창비·사진)는 표준어와 방언, 그 치열한 대결의 역사를 조명한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 소설에서부터 오늘날 드라마와 영화, 가요에 이르기까지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해 문화 속의 방언의 위상을 살펴본다.

그렇다면 사투리는 언제부터 푸대접을 받았을까.

저자는 ‘표준어’는 19세기의 제국주의 또는 국가주의 시대의 산물이라고 규정한다. “그것은 서양 제국주의 국가(일본 포함)에서 국민의 의사 전달 수단을 통일하여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국에 대한 침탈을 도모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그러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표준어 교육 정책과 매스컴의 발달로 전국의 방언 차는 점차 감소했다. 2000년대 이후 지방자치제가 강화되고 모바일과 SNS 등의 발달로 ‘획일’보다 ‘다양’, ‘전체’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가 급속히 확산됐다.

저자는 이제는 ‘방언 사용권’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곧 다양성을 수용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방언의 가치를 발견하고 기억의 복구를 통해 전통 방언의 소멸 속도를 늦추는 작업은 결국 고향을 잃는 속도(나아가 문화적 다양성의 상실 정도)를 줄이는 일이 된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