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학생들이 이달부터 EBS를 통해 국어와 영어 등 4개 주요과목 교과서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된다.

도시와 농·산·어촌 간 교육격차를 좁히고 학생들의 자율학습을 돕는다는 취지지만, 일부에서는 학교수업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학교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등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검·인정 교과서를 발행하는 출판사와 협력해 고교 1학년 주요 교과에 대한 교과서 강의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3일 밝혔다.

강의 대상 교과는 고교 1학년 국어(교과서 11가지)·영어(11가지)·통합사회(5가지)·통합과학(5가지)이다. 출판되는 32개 교과서 전체가 서비스된다.

그동안 교육부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자 EBS를 통해 온라인 강의를 제공해 왔지만 EBS 교재가 아닌 교과서로 강의하는 것은 처음이다.

교과서 강의는 기본개념 학습 강의, 시험 대비 특강, 학습동기 유발 클립동영상 등으로 구성된다. 과목 당 학습 강의는 32∼36편, 시험대비특강은 8∼10편으로 나뉘어 제공된다.

교육부는 이번 서비스가 시행되면 이들 4개 과목 교과서 강의를 학생들이 원할때 들을 수 있어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산·어촌 학생이나 수업을 보충하고 싶은 학생, 예습·복습을 하려는 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강의 영상이 학생과 교사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고, 몸이 아파 결석을 하는 등 수업결손이 있는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학교 교육과 별개로 학원강의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교육비 절감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과서 강의 개발에 대한 의견수렴과 수요조사를 거쳐 내년부터는 고2·고3용 선택과목 교과서로 강의하는 서비스도 확충할 계획이다.

교과서 강의는 EBS고교강의 사이트(www.ebsi.co.kr)와 EBS고교강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일부 학교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BS 교과서 강의가 학교 교육 정상화에 역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전남지역 A고 1학년 부장은 “일부 학교의 경우 교실이 아예 수면실로 전락한 곳이 한둘이 아니다. EBS교재를 넘어 학교 교과서를 EBS가 강의하게 되면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듣는 학생이 몇명이나 되겠느냐”며 “학교 교육만큼은 학교 선생님들께 맡겨줬으면 좋겠다. 적어도 국·영·수 만큼은 농·산·어촌에도 유능한 선생님이 많다”고 지적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기본 취지는 이해하지만 학교 수업이 황폐화될 소지가 적지 않다”며 “문제풀이 중심, 시험대비 중심으로 교과서 강의가 흘러가선 안되고 실험하는 강의나 몇 과목을 융합하는 강의로 학교 교육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뒷받침하는 형식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EBS 교과서 강의가 학생들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같은 개념에 대해 학교 교사와 EBS 강의 내용이 다를 경우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고교 수업 정상화를 위해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EBS교재 간 연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점을 고려하면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