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맏형’의 홀드왕 도전기가 펼쳐진다.

KIA 타이거즈의 최고참은 1976년 6월 4일생인 임창용이다. 생일이 5월 27일인 동갑내기 한화 박정진에게 최고령 자리는 내줬지만, 진흥고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에 뛰었던 그는 가장 오랜 시간을 프로 무대에서 보내고 있는 ‘최고 연차’ 선수다.

올해로 프로 24년 차인 그는 여전히 KIA의 필승조로 활약하면서 베테랑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직구 구속도 140㎞ 후반을 찍으면서 후배들에 뒤지지 않는다. 여전한 스피드에 변화무쌍한 변화구 그리고 무엇보다 ‘경험’이 그의 든든한 자산이다.

임창용은 지난 17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세 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았다. 4-3으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오른 그는 첫 타자 채은성과의 승부를 볼로 시작했다. 2구째 커브는 몸에 맞는 공이 됐다.

그리고 두 번째 타자 유강남에도 연달아 볼 두 개를 던지면서 어렵게 경기를 시작했다. 커브가 말을 듣지 않자 그는 몸쪽 직구를 던져 파울을 유도했다. 이어 높은 공으로 스윙을 유도한 그는 145㎞의 직구로 다시 한번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원아웃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주자 정주현의 도루에 이어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1사 1·2루. 설상가상 양석환과의 승부에서도 변화구 두 개가 연달아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위기에서 베테랑의 노련함이 빛났다. 커브로 허를 찌르면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고, 3볼 1스트라이크에서는 스플리터를 던져 파울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커브를 높게 떨어트려 우익수 플라이를 잡아냈다.

대타로 나온 이천웅과의 승부는 백미였다. 직구만 4개를 던진 그는 헛스윙 삼진으로 무실점으로 이닝을 종료했다. 중요한 순간 직구 스피드는 148㎞까지 찍혔다.

임창용은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지난 롯데전 2실점이 너무 아쉽다”며 “이제 몸이 올라오는 것 같다. 컨디션이 떨어졌다 올라오는 타이밍이 있는데 지금이 그렇다. 날이 좋아지면 더 괜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팀 막내 유승철과는 무려 22살 차이가 나지만 체력과 욕심은 결코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임창용은 “관리 잘한다고 하는데 내 만족이다. 나 스스로 만족하게 하는 것이다”며 “마음 같아서는 매일 경기에 나가고 싶다.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매번 이기고 싶다. 여전히 타자들 상대하는 게 재미있고, 안타를 맞으면 화가 난다”고 승부욕을 보였다.

욕심은 많지만 ‘타고투저’의 현실이 만만치는 않다.

임창용은 “요즘 타자들이 너무 좋다. 예전에는 밀어서 홈런 치는 타자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기술도 좋아지고, 장비도 좋아지고, 경기장도 파울 플라이를 잡기 어려운 구장들이 많다. 투수들은 몸으로만 승부해야 하는 거라서 어렵기는 하다”고 웃었다.

매 시즌이 역사가 되는 임창용. 그는 올 시즌에는 ‘홀드왕’을 목표로 하겠다는 각오다.

임창용은 “안 해봤던 걸 해봐야겠다. 홀드왕에 도전하겠다”며 “후배들과 리그에 사례가 되고 싶다. 나이 많은 선수들의 힘과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