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제58주년을 이틀 앞두고 방문한 광주 4·19혁명기념관은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1층 전시관 입구 안내데스크는 텅 비어 있었고, 탁자에는 먼지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전시관과 이어진 봉안소의 향불도 꺼진 지 오래된 듯 온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는 4·19혁명 때 희생된 광주 출신 인사 30여명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330㎡(100평) 남짓한 전시관 안쪽으로 들어서자 4·19혁명을 소개하는 전시물 앞으로 사진 액자·팻말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어 관람을 방해했다. 4·19단체들이 매 기념식 때마다 사용하는 용품들이었다.

영상물은 꺼져 있었고, 항쟁 현장을 재현한 모형물의 유리창은 오랫동안 닦지 않은 듯 곳곳에서 얼룩이 보였다. 지난 1월부터 방명록에 적힌 이름은 10명이 되지 않았다.

광주시가 전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광주 4·19혁명기념관’(이하 기념관)이 관리부실 등으로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광주지역 4·19단체들은 4·19기념관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광주 곳곳에 있는 4·19유적과 기념관을 연계하는 프로그램 등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기념관(광주시 동구 계림동)은 예산 15억원을 투입, 지상 2층(부지면적 610㎡) 규모로 지난 2006년 문을 열었다. 이후 2012년 한차례 증축 공사를 통해 4층 규모를 갖추게 됐다.

1층은 전시관·봉안소로 구성돼 있으며, 2∼4층은 관리실, 단체 사무실, 세미나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광주시는 당시 1960년 3월15일 자유당 부정선거에 저항해 같은 날 광주에서 일어난 3·15 의거를 기리고 4·19정신을 부각하기 위해 4·19기념관을 건립했다.

특히 광주시가 이처럼 전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4·19기념관 건립을 결정한 것은 광주에서 마산보다 3시간여 앞서 3·15 의거가 일어나 최초 4·19 시원지로 꼽히고 있는 데도, 변변한 기념관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국립 4·19혁명기념관)과 마산(국립 3·15민주묘지 기념관)에는 4·19 관련 국립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우여곡절 끝에 건립된 광주 4·19혁명기념관은 4·19관련 3개 단체(4·19민주혁명회 광주·전라지부, 4·19혁명희생자유족회 광주·전라지부, 호남4·19혁명단체 총연합회)가 공동 위탁 운영하고 있으나, 재정여건이 열악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념관 운영비는 광주시에서 지원하는 연간 7500만원이 전부다. 이 지원금도 사무국장·일반 사무직 직원 등 2명의 인건비와 운영비(전기·수도 요금)로 대부분 소진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4·19단체들은 전시실을 새롭게 꾸미거나 행사 등을 기획하기보다는 현상 유지에 치중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기념관은 3개 단체가 지난해 수탁해 오는 2022년까지 운영을 맡고 있다”며 “광주시는 운영에 관여하기 보다는 직원 임금 등을 지원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4·19단체의 한 관계자는 “광주는 4·19 혁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정작 기념관은 시에서 너무 신경쓰지 않는다”며 “광주 3·15 의거를 알릴 수 있도록 기념관을 활성화할 수 있는 각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광주시는 오는 19일 오전 9시40분부터 광주공원 4·19추모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제58주년 4·19혁명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18일에는 광주공원 시민회관 일대에서 추모공연이 펼쳐지고 태극기 달기 캠페인, 역사자료 전시(빛고을시민문화관 2층) 등이 이어진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