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밥에 괴기국’이란 말은 20세기를 살던 우리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어머니와 할머니들에게는 가슴을 아리게 했다. ‘니밥’이란 쌀밥을 가리키는 것이고, ‘괴기국’이란 소고기로 끓인 국을 말한다. 매일 먹고 싶었지만, 먹을 수 없었다. 할 수 있다면 죽은 조상들을 위해 바치는 제사음식에서만이라도 이것을 빠뜨리지 않으려 했다. 이처럼 20세기 한국인 대다수에게 ‘니밥에 괴기국’이란 살아서 마음껏 먹을 수 없고, 홀로 먹을 수 없던 음식이었다.”



한국인의 정서에 있어 쌀밥과 소고기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니밥’에 ‘괴기국’으로 상징되는 쌀밥과 소고기는 집착의 대상이었다.

소고기는 맛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우수한 음식이다. 비단 오늘의 시대뿐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당대에도 소는 부와 권력을 가져다주는 신성의 대상이면서 가장 선호하는 탐식의 대상이었다.

한국인의 식탁을 점령한 소와 소고기 탐식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서울대 BK부교수를 지냈던 김동진 박사가 펴낸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는 조선의 문화, 역사 그리고 삶에 개입한 소와 소고기의 모든 것을 들여다본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연간 도살하는 소의 수는 몇 마리나 됐을까. ‘세조실록’ 권36에는 “근년에 외방에는 우축을 도살한 것이 예전보다 배나 되고, 서울 안에는 하루에 소를 사는 것이 수십 마리를 넘는데 모두 도살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를 근거로 저자는 연간 도살하는 수는 5000마리에서 1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본다. 또한 “이 정도 소고기 수요를 충당하려면 대략 1만5000마리에서 3만 마리의 소를 길러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많은 소를 잡아먹었을까. 당연히 양반 사대부가였다. 잔치를 열 때 언제나 소고기를 먹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소 잡기를 닭 잡듯이 한다”는 비판이 곧잘 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조선시대 소고기 열풍은 요즘으로 치면 친한 친구를 만나서 “치킨에 맥주 한잔 할까?”라는 말을 하는 정도였다”고 설명한다. 왕과 왕족들도 소고기를 즐겨 먹었고 그로 인해 왕실 제사에는 늘 소고기가 올라왔다.

그렇다면 일반 백성들도 소고기를 배불리 먹었을까.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많이 못 먹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종7년(425) 실록에 따르면 “귀신에게 제사하고, 또 손님을 접대하는 데 쓰거나 먹기 위해 끊임없이 소를 잡는데, 1년 동안 잡은 소가 수천 마리에 이르렀다”고 한다.

제삿날뿐 아니라 설, 단오, 추석과 같은 명절에도 소를 잡아 소고기를 즐겼다. 영조 51년(1775)에는 명절에 도축한 소만 해도 2만에서 3만 마리에 이른다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책에는 소고기의 효능에 대한 유익한 정보도 수록돼 있다. 조선 중기 편찬된 ‘식료찬요’(食療纂要)에는 “소고기를 먹으면 속이 따뜻해지고, 기운을 북돋우며, 비위를 기르고, 골수를 채울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한편으로 소는 구황식품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흉년이 들면 농사짓는 데 꼭 필요한 소까지도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더러 식량인 소고기는 화폐처럼 시중에 유통되기도 했다고 한다.

책에는 소고기의 다양한 요리법도 수록돼 있어 정보적 가치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소설가인 박성천 기자는 전남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남대에 출강중이며 소설집 ‘메스를 드는 시간’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