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동행’이 KIA 타이거즈의 숨은 전력이다.

KIA는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2018시즌을 맞이했다. 많은 기대 속에서 시작한 새 시즌이지만 초반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막내 kt 위즈의 뒷심에 밀려 개막전 승리를 내주기도 했고, 6개의 홈런으로 17점을 뽑아내던 화력이 하루 만에 식어 영봉패를 당하기도 했다. 막강 1·2·3선발을 내세우고도 루징 시리즈를 기록하면서 3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기복 많은 초반이지만 덕아웃 분위기는 한결같다.

3연패 뒤 시즌 첫 스윕과 함께 4연승을 기록한 지난 8일, 결승타 주인공이었던 김선빈은 “우리 팀은 변화가 없다”며 웃었다.

연패 상황에서도 또 연승 상황에서도 덕아웃 분위기는 ‘한결같다’는 게 김선빈의 이야기였다. KIA 덕아웃에서는 전날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밝은 모습으로 그날그날 경기에 집중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말을 아끼며 ‘내 탓이오’를 외치는 사령탑의 배려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을 한다.

좋은 공격으로 승리를 거둔 날은 “열심히 노력해준 코치들과 선수들의 덕”이라고 공을 돌리는 김 감독은 지난 주말 연승 뒤에는 “선수들이 추운 날씨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선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범호의 부상 이후 “오더에서 빼줬어야 했는데 내 탓인 것 같다”며 안타까워한 김 감독은 양현종 선발 경기에서 나온 고의4구 지시에 대해서는 “원래 에이스에게는 고의 4구를 안 내는데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3볼에서) 조심스럽게 상대해야하는 데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의미였다”고 에이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가 열린 지난 7일 3-0으로 앞선 3회초에서 나온 상황이었다. 1사에서 양현종이 이정후와 임병욱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이어 김하성의 좌익수 플라이가 나오면서 2사 2·3루. 타석에 박병호가 섰고, 양현종은 볼 3개를 연달아 던지며 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김 감독이 자동 고의 4구 사인을 내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초이스의 2루 땅볼로 3회는 실점 없이 마무리됐다.

권위 대신 동행을 이야기하는 사령탑과 든든한 팀워크로 묶인 선수들 덕분에 KIA 덕아웃 분위기는 김선빈의 이야기처럼 한결 같다.

외국인 선수들도 ‘유쾌한 동행’의 한 축이다.

얼마 전 헥터 때문에 라커룸이 웃음바다가 됐다. 헥터가 직접 제작해서 선수단에 돌린 티셔츠 때문이다. 티셔츠에는 배요한 트레이닝 코치의 사진과 ‘HOW LONG’이라는 글자가 인쇄됐다. 사연은 이렇다.

배 코치는 강도 높은 체력 훈련으로 선수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하다. 이 때문에 훈련 시간이면 “언제까지 워밍업을 해야 하느냐”는 헥터의 볼멘소리를 들을 수 있다. 헥터가 입버릇처럼 배 코치에게 하는 말이‘HOW LONG’이다.

헥터는 항의(?) 차원에서 애교 넘치는 티셔츠를 제작해 자신의 선발날 같이 입어주라며 선수들에게 선물했다. 동료들은 헥터의 부탁대로 그의 선발날 티셔츠를 입고 라커룸을 활보하며 ‘유쾌한 동행’을 했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