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왕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일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혹은 행위의 규범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길은 일반적으로 서울 가는 길과 같이 통행을 위한 공간의 의미로 통용되지만, ‘다른 좋은 길이 없을까?’ 하는 것처럼 방법 방도의 의미로, 때론 정치인의 길, 군인의 길처럼 사회적 관계와 역할에서 행위규범의 의미로 사용된다.

‘광주의 길을 열겠습니다’

지난 2016년 2월 22일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이하 광주로)는 광주의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거창한 타이틀로 출범했다. 지역의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40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십시일반해 광주에서 사회적, 정치적 독립을 선언했다. 설립 추진 위원들은 사단법인 설립을 위한 기꺼이 정성을 내놨다. 7개월 만에 추진위원 72명이 참여해 1억5000만 원의 종잣돈을 모아 지금의 ‘광주로’를 있게 했다.

‘광주로’라는 이름에는 ‘5·18이 50주년을 맞는 2030년에는 5월 광주가 꿈꿨던 광주를 만들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금부터 광주가 ‘광주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취지다. 남은 15년을 설계하고, 시민들 속에서 광주의 의제를 발굴해 시민과 함께 광주의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장과 연구가 만나 광주형 제도를 만들고,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실현해 나간다.

기존 시민사회의 건강한 비판의식을 토대로 지역의 다양한 현안 문제에 대해 대안을 마련해 광주의 새로운 변화의 씨앗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현장과 이론을 결합해 사회적 대안을 마련해 지역 경영의 신진 주체로 발돋음하고, 세대와 세대간의 소통을 통해 지속가능한 광주 발전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로는 사람들이 들고 나는 공간 플랫폼으로,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휘한 새로운 방도를 찾아가는 역할과 함께 광주가 민주화와 인권 도시의 표상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정체된 정신과 진부한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진행할 것이다.

지역 변화를 위한 모색에서 필수적인 분야는 지역 정치 영역이다. 눈으로 확연히 확인할 수 있는 사회 적폐 세력 청산 과정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고, 켜켜히 쌓인 부정과 비리 척결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앙 정부 차원의 적폐 청산보다 어려운 것이 지방 정부 차원의 부패 기득권 세력 청산이다. 지역은 학연, 지연, 이익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적 관계로 인해 익명성에 기초한 적폐청산 추진력이 현격히 떨어진다.

중앙 정부가 촛불의 힘으로 구성되고, 촛불 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적폐 청산에 일로 매진하는 것처럼 지방 정부도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촛불 지역 정부를 창출해야한다. 하지만 지역 민심은 출렁거리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갖는 광주의 정치적 상징성 실현과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경제 활성화 욕망이 공존으로 인한 이유이다.

광주는 광주다워야 한다. 광주의 정체성은 민주와 인권 실현의 시대적 사명의식을 투철히 실천해 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져 왔다. 이는 오늘을 사는 광주 시민과 내일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자랑스러운 광주의 자양분이다. 민주와 인권의 브랜드화와 이를 통한 먹거리 생산, 더불어 대량 소비와 파괴 방식의 발전이 아닌 공유와 재생 방식의 발전과 시대를 이끌어 갈 4차 산업의 선도 도시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관료화된 행정 사회의 한계를 극복해 보고자 민의 통제와 민의 리더십 필요성으로 시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의 지방선거와 지방자치제가 실현되고 있다. 지금은 그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 보아야 할 때이다.

지난 2년간 광주로는 다양한 실험적 사업들을 진행하며 소정의 결과를 얻었다. 올해는 지난 2년 간의 실험적 과정을 통해 도출된 사업들을 정교히 다듬어 광주로의 브랜드로 정착시킬 계혹이다. 또 새로운 영역의 콘텐츠 개발과 다양한 방식의 사업을 통한 광주로의 진로도 모색한다. 정책 역량 강화, 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 청년 활동 지원, 안정적 재원 구축 및 회원 소통, 지역 연대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변화하는 광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광주로는 시민들이 왕래하는 통로로, 새로운 길의 방도, 지켜야 할 광주 가치의 길로 시민들과 동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