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륙의 산야가 또 청록색으로 변장해 가겠다. 매화로 시작하여 목련, 개나리, 수선화, 산수유, 벚꽃, 진달래 가지가지 꽃들이 색색으로 피어나고 있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이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인생은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정직한 생활을 다짐하게 된다.

꽃은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다. 흰 꽃은 흰 꽃이기에, 붉고 노란 꽃은 붉고 노란 꽃이기에, 다년생·일년생, 높은 곳에서 피는 꽃이든 낮은 곳에서 피는 꽃이든 모두 좋다. 겹으로 피는 꽃은 진해서 좋고, 홑으로 피는 꽃은 청아해서 좋고, 정원에서 피는 꽃은 다듬어진 미가 좋고, 잡초 사이에서 피는 꽃은 소박해서 좋다. 이렇게 해서 피는 꽃들은 주인을 즐겁게 하고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해 준다.

인생은 꽃이다. 피부의 색깔이 어떠하든 사는 지역이 어디이든 인생은 동서남북,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구별 없이 아름다운 것이다.

인생은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 살고 있든지 맑은 양심을 받았다. 착한 일을 하면 만족하고, 악한 일을 하면 가책을 받는다. 이것은 배워서 얻은 지식이 아니고 인간이기에 받아 진 영원한 마음의 저울이다. 이런 양심 때문에 인생은 꽃이다.

사람에게는 이성을 주었다. 그 이성이 인간의 삶을 한없이 발전시켜왔다. 그래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집도 토굴에서 오늘과 같은 문화 주택으로 바뀌었고 음식도, 의복도, 교통도, 문화·오락도 모든 발전이 마치 꽃의 질을 변화시켜 더 아름답게 하듯이 꽃의 인생을 더욱 윤택하게 했다.

꽃이 풍우에 꺾이고, 넘어지고, 사람과 짐승에게 짓밟히듯이 인생의 꽃도 약하다. 넘어지면 골절이 되고, 불에 화상을 입고, 차에 충돌하면 산산이 부서지는 질그릇이다. 우주를 정복하는 두뇌를 갖고 있어도 육신이 죽으면 시드는 꽃과 같다.

아! 약한 육신같이 양심도, 이성도, 의지도 약하기 한이 없고 변하고 추해지고 파괴된다. 그러나 꽃은 약해도 아름답다. 인생의 꽃도 약하기에 더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 약하고 꺾이기 쉬운 꽃들, 그래서 대가 약한 봉선화는 울타리 밑을 택해 피었는지 모르겠다. 꽃잎이 큰 나리꽃은 산 속에서 홀로 피는 전통을 지녔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연한 가지에서 피는 꽃들은 바람에 활활 낙엽하며 만족하는 생리를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약한 인생의 꽃들은 자신을 피우는 처세와 인생관을 갖고 있으니, 해바라기 해 따라 돌 듯 인생은 하늘을 향해 창조주를 따라 도는 것이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순전한 어머니의 젖을 사모하듯, 그리고 어머니의 품안에서 안전해 하고, 만족해 하듯, 인생은 창조주의 품에 안전하고 만족하는 꽃이다.

꽃은 향기뿐 아니라 꿀이 있어 벌과 나비들이 날아든다. 향기 있는 꽃에서 열매까지 맺으면 가을은 더더욱 아름답고 풍요롭지 아니한가? 소금이 맛을 내고 썩는 것을 방지한다. 꽃의 향기는 추악한 냄새를 몰아내고, 꽃의 꿀은 감미로운 미각을 돋운다. 이런 꽃의 인생들! 추하고 냉정한 찡그린 얼굴들을 몰아내고 미소와 유머를 불러들인다.

입에서 나오는 말 마디마디가 향기가 있고 꿀이 있어 듣는 자들에게 즐겁고 같이 어울려 희망과 용기를 부풀게 한다.

금년에는 유난히 초봄의 기온이 높아 온 산천에 꽃들이 한꺼번에 활짝 피었다. 80이 다 된 우리에게도 이렇게 꽃을 대하면서 희망과 기쁨, 생명을 가득 싣고 찾아온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할 일이다. 우리처럼 황혼의 노을이 짙어가는 노년들에겐 얼마나 귀하고 값비싼 화려함인가, 이것이 마지막 봄이나 되지 않을까 의심스러울 땐 더욱 그렇다.

꽃 속에 살면서 인생의 지루함도 파묻고 노래 부르자. 꽃은 한 번도 그 많은 날들을 바람과 비와 궂은 날을 탓하지 아니하고 피고 지고 또 피고 져 올 봄이 또 왔다.

나의 젊음이 초록 ‘슈트케이스’를 마차에 싣고 넓어 보이는 길로 다시 올 것만 같다. 꽃, 꽃, 꽃... 삼천리 금수강산 이 땅에 온통 꽃으로 장식될 신비스러운 이 계절, 꽃의 인생으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