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성공한 ‘호랑이 군단’이 또 다른 반전을 준비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KIA 타이거즈다. 헥터-양현종-팻딘을 앞세우고도 LG 트윈스와의 시즌 첫 원정길에서 첫 루징 시리즈를 기록했던 KIA는 지난 3일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3-13 대패를 당하며 3연패까지 빠졌다.

4선발 이민우가 2회도 버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고, 4일에도 5선발로 나선 정용운이 3이닝 5실점으로 일찍 흔들리면서 KIA의 연패가 길어지는 것 같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이가 있었다. 허벅지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던 한승혁이 이날 엔트리 등록과 함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특유의 강속구로 압박하고, 커브로 허를 찌른 한승혁은 SK의 홈런 군단을 4이닝 1실점으로 묶었다.

한승혁의 깜짝 활약에 힘입은 KIA는 1-5를 9-6으로 뒤집으며 연패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5일 우천취소로 하루 쉬어간 뒤 KIA의 연승행진이 시작됐다. 헥터-양현종-팻딘이 넥센 히어로즈와의 주말 3연전에서 호투 릴레이를 하며 KIA는 3연패 뒤 4연승으로 반전을 이뤘다.

연승에 또 다른 위기도 있었다.

지난 4일 SK와의 연장 승부에서 역전 결승 홈런을 터트렸던 이범호가 홈런 후 첫 타석에 섰던 6일, 넥센 선발 최원태의 공에 맞으면서 오른손 약지 중수골 미세 골절을 당했다. 팀의 정신적인 지주의 이탈 속 다른 부상까지 겹쳤다. 이범호가 부상을 당한 이날 버나디나가 타격 도중 오른손 손바닥 통증을 호소했고, 김선빈은 슬라이딩 도중 허리를 삐끗하면서 KIA는 7일 대폭적인 라인업 변경에 나섰다.

이범호, 버나디나, 김선빈이 동시에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지만 KIA는 안치홍의 선제 스리런을 앞세워 5-1 승리를 거뒀다. 선수층이 탄탄해지면서 부상 위기도 KIA에는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던 신예 선수들에게는 기회의 무대가 됐다.

반전의 시작점인 한승혁이 또 다른 반전을 위해 마운드에 선다.

이민우와 정용운의 연속 부진 속 한승혁이 앞선 호투를 발판 삼아 선발로 기회를 잡았다. 한승혁은 10일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출격한다. 지난 2014년 10월 12일 삼성전 선발 이후 1227일 만에 선발로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김기태 감독이 ‘다음 기회’까지 약속한 만큼 정상적인 로테이션대로라면 오는 15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도 한승혁이 선발로 나선다.

한승혁은 “1군에 합류하면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팀 승리 기여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선발 기회가 왔다. 선발 통보를 받고 긴장도 됐지만 설레기도 했다”며 “한 주의 시작인 만큼 내가 첫 경기를 잘 해내야 한다. 1이닝 1이닝에 집중하겠다. 자신 있게 승부하면서 팀 상승세를 잇고 싶다”고 밝혔다.

타선에서는 이명기와 김선빈의 반전이 반갑다. 지난 7일 17타수 무안타에서 벗어나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명기는 8일에는 영양가 만점의 솔로포도 터트렸다. 팀이 3연패를 기록하는 동안 같이 침묵했던 김선빈도 넥센전 두 경기의 결승타를 책임졌다.

타선의 시작과 끝에 자리한 두 사람의 동반 상승세를 앞세운 KIA가 연승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 넥센전 승리로 109승을 올린 양현종은 이번 주 110승 투수에 도전한다. 통산 21번째 기록이다. ‘0의 행진’ 속에 불펜의 중심을 잡고 있는 ‘맏형’ 임창용은 1400탈삼진(통산 6번째)에 7개를 남겨두고 있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