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말했다. “얼마 전부터 소설책 사는 일이 거의 없어졌어. 회사 업무에 집안일에 정신이 없어서. 한때는 나도 꽤 소설을 읽었는데 말이야. 지난해에는 이상문학상 작품집도 사지 못했다니까.”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연례행사가 하나 있었다. 그해 나온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사는 일이다. 꼭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하나쯤 챙기곤 하는 게 바로 그 작품집이다. 아마도 지금 책장을 살펴보면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두 권쯤 꽂혀 있는 경우도 더러 있을 줄 안다.

1977년 시작된 이상문학상은 가장 인지도가 높은 문학상이다. 첫 수상작인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을 시작으로 최인호의 ‘깊고 푸른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많은 화제작들이 나왔다. 은희경·공지영·김애란·박민규·김영하·한강 등도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쏟아지는 소설을 모두 섭렵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문학상 수상집은 독서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후보자가 7∼10명 정도 되니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고 ‘나 만의 수상작’을 뽑아 볼 수도 있다.

몇 년 전부터는 2010년 출간되기 시작한 ‘젊은작가상 작품집’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이 상은 등단 10년 이하 젊은 작가들의 중·단편소설 중 7편을 선정한다. 좀 더 많은 독자와 만나도록 책값도 5500원으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동시대 한국문학의 가장 신선한 성취’라는 출판사 측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흥미로운 작가의 개인적인 ‘발견’에 있다. 김금희·김성중·손보미 등이 내 마음에 들어온 작가들인데, 계속 지켜보게 된다.

문학동네가 올해는 2019 작품집과 함께 ‘2010-2017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 동네서점 베스트 컬렉션’을 내놓았다. 동네 서점 56곳 대표들에게 마음에 남는 작품을 추천받아 선정된 7편의 단편을 묶은 책이다. 이 책은 동네 책방에서만 살 수 있는데, 비닐 포장을 뜯기 전에는 수록작도 알 수 없다. 8년간 선정된 56편 중 어떤 작품이 뽑혔을지 궁금한데, 답을 찾으려면 즐겨 가는 동네 서점에 얼른 다녀오는 수밖에.

요즘의 ‘한국 소설’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안성맞춤’일 듯하다. 겸사겸사 동네 책방 구경도 할 수 있으니 봄날, 나들이 삼아 찾아가 보시길.

/김미은 문화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