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삶과 죽음, 훼손된 신체 그리고 세상의 불화….

2013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가 김개영의 소설집 ‘거울 사원’은 산산이 부서진 삶의 장면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우연한 사고로, 자살 혹은 병으로 죽어 간다. 작가는 일곱 편의 소설을 통해 우리 모두가 즐비한 죽음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작가는 모른 척 하고 싶지만 분명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잔혹한 운명을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표제작 ‘거울 사원’에서 비극은 뚜렷한 인과도 없이 난데없이 닥친다. ‘그’와 동성애자 파키스탄인 ‘아자즈’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서로의 처지에 동질감을 느끼지만 아자즈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족들로부터 폭행을 당한다.

일곱 편의 수록작에는 어딘가 세상과 불화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세상과 접한 모든 면이 고통인 인물들, 때문에 불화의 증거는 고통의 감각으로 전이된다. ‘틈’에서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나’는 말더듬증을 앓는다. 사고를 당해 아이를 잃고 장애를 지니게 된 아내와 살아가는 ‘개와 늑대의 시간’ 속 남자는 안구건조증에 시달린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은 운명 가운데서 사람은 사람을 구원하지 못한다는 어두운 전망을 담고 있다. 맞닿아 보려고 뻗는 손은 어긋나고 만다.

양윤의 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작가의 불화는 그 자체로 어떤 유비도 허락하지 않지만 모든 인접성을 차단했을 때 드러나는 저 격렬한 반응들만은 닮았다”고 평한다. 〈민음사·1만2000원〉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