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푸드 에콜로지 -김원중 지음
2018년 04월 06일(금) 00:00 가가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다른 존재의 몸이다”
사람들은 식사 시간이면 무엇을 먹어야할지 고민한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삶 가운데 음식만큼 중요한 부분도 없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어느 때는 분간조차 하기 힘들다.
그 뿐인가. 과거에 먹은 음식은 현재의 자신을 규정한다. 나아가 오늘 먹는 음식은 내일의 나를 만든다. 음식이 한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것은 음식이 존재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와 국가적인 정체성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음식과 섭생의 문제를 7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비교 분석한 책이 나왔다. 성균관대 영문과 김원중 교수가 펴낸 ‘푸드 에콜로지’는 음식의 역사성과 공동체성뿐 아니라 음식으로 비롯된 다양한 문제들을 다룬다. ‘음식과 섭생의 생태학’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어떤 음식도 “땅과 물, 공기의 도움 없이는 생산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인식에 토대를 둔다.
저자는 음식과 섭생의 문제를 7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비교하고 분석한다. 텍스트에 소개되는 작가들은 저마다 음식과 섭생에 관한 나름의 관점을 견지하는 이들이다. 게리 스나이더, 김지하, 백석, 웬델 베리, 루스 오제키, 한강, 마이클 폴란 등은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한 문인들이다.
먼저 ‘생태시인’으로 알려진 게리 스나이더는 섭생의 문제를 우주적 차원으로 확대한다. 불교와 인디언 문화의 영향을 받은 그는 “나는 먹이사슬 어디에 위치하는가”를 평생에 걸쳐 탐구했다. ‘맛의 노래’라는 시에는 인간과 자연의 바람직한 관계가 집약돼 있다. 저자는 스나이더에게 있어 섭생은 “서로가 서로를 먹여주는 사랑의 행위이자 하나의 의례”라고 규정한다.
동양사상의 영향을 받은 김지하 시인 또한 섭생의 의미를 종교적이고 철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한 톨의 쌀 생산에 들어간 자연의 섭리와 이치를 숙고하며 섭생이 우주와 연결된 행위임을 인식한다.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밥’의 시는 밥의 소중함과 신성함이 투영돼 있다.
저자는 김지하의 인식은 “밥은 공동체적으로 생산되고 공동체적으로 소비된다는 점을 들어 밥의 독점을 세상 모든 악의 근원으로 파악한다”며 “밥이 올라오는 제사와 식사를 둘 다 신성한 의례라고 규정”한다고 본다.
백석은 유독 작품에서 음식을 많이 언급했던 시인이다. 110여 편의 시에서 음식에 대한 단상을 펼칠 만큼 음식에 관한 많은 시를 썼다. 저자는 백석에게 음식은 인간과 자연, 정신과 육체를 통합하는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백석의 시 ‘국수’는 준비하는 과정과 먹는 행위 과정에 있어 음식의 공동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한다.
미국의 ‘미친 농부’이자 시인인 웬델 베리의 사유는 땅, 농업, 음식, 인간이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 닿아 있다. 시인은 섭생의 즐거움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생산됐는지를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의 시 ‘식후기도’를 매개로 우리가 오늘 섭취하는 음식이 곧 지구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저자는 인간이 지닌 육식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고기는 바로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려는 욕망이 구현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강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는 육식의 성정치학, 남성중심문화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채식주의자’는 섭생이 기호의 문제를 넘은 문화적, 정치적, 문화적 이해와 이데올로기가 존재한다고 본다.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함을 인식하게 된다. 저자의 말대로 음식과 섭생은 종교적, 철학적인 동시에 인류학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 즉 그것이 온 우주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다른 존재의 몸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지구라는 식탁 위에 우리 또한 주인이자 손님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모든 음식을 겸손과 감사로 대할 때 우리는 잃어버린 식사의 즐거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오북·2만원〉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소설가인 박성천 기자는 전남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남대에 출강중이며 소설집 ‘메스를 드는 시간’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그 뿐인가. 과거에 먹은 음식은 현재의 자신을 규정한다. 나아가 오늘 먹는 음식은 내일의 나를 만든다. 음식이 한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것은 음식이 존재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와 국가적인 정체성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저자는 음식과 섭생의 문제를 7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비교하고 분석한다. 텍스트에 소개되는 작가들은 저마다 음식과 섭생에 관한 나름의 관점을 견지하는 이들이다. 게리 스나이더, 김지하, 백석, 웬델 베리, 루스 오제키, 한강, 마이클 폴란 등은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한 문인들이다.
저자는 김지하의 인식은 “밥은 공동체적으로 생산되고 공동체적으로 소비된다는 점을 들어 밥의 독점을 세상 모든 악의 근원으로 파악한다”며 “밥이 올라오는 제사와 식사를 둘 다 신성한 의례라고 규정”한다고 본다.
백석은 유독 작품에서 음식을 많이 언급했던 시인이다. 110여 편의 시에서 음식에 대한 단상을 펼칠 만큼 음식에 관한 많은 시를 썼다. 저자는 백석에게 음식은 인간과 자연, 정신과 육체를 통합하는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백석의 시 ‘국수’는 준비하는 과정과 먹는 행위 과정에 있어 음식의 공동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한다.
미국의 ‘미친 농부’이자 시인인 웬델 베리의 사유는 땅, 농업, 음식, 인간이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 닿아 있다. 시인은 섭생의 즐거움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생산됐는지를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의 시 ‘식후기도’를 매개로 우리가 오늘 섭취하는 음식이 곧 지구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저자는 인간이 지닌 육식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고기는 바로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려는 욕망이 구현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강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는 육식의 성정치학, 남성중심문화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채식주의자’는 섭생이 기호의 문제를 넘은 문화적, 정치적, 문화적 이해와 이데올로기가 존재한다고 본다.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함을 인식하게 된다. 저자의 말대로 음식과 섭생은 종교적, 철학적인 동시에 인류학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 즉 그것이 온 우주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다른 존재의 몸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지구라는 식탁 위에 우리 또한 주인이자 손님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모든 음식을 겸손과 감사로 대할 때 우리는 잃어버린 식사의 즐거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오북·2만원〉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소설가인 박성천 기자는 전남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남대에 출강중이며 소설집 ‘메스를 드는 시간’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