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아웃! 세이프! 심판의 손동작 하나하나에 승패가 결정되고 선수와 더그아웃 그리고 관중까지 웃고 우는 경기가 야구다. 판정을 넘어 야구의 일부가 된 심판의 수신호. 지금은 너무 익숙해 당연해 보이지만 야구 경기에서 수신호가 도입되고 확산되는 데는 윌리엄 호이라는 청각 장애인 선수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호이는 세 살 때 수막염으로 청각을 잃고 장애인 학교에서 야구를 배웠다. 뛰어난 체력과 실력을 갖췄지만 장애인 선수가 갈 팀은 없었다. 졸업 후 아버지를 따라 구두 수선공으로 일하고 있을 때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그것은 가게 앞으로 굴러온 파울볼.

호이는 저 멀리 공을 찾으러 온 사람들을 향해 강속구를 뿌렸다. 빠르고 정확한 송구에 깜짝 놀란 이들은 클럽팀 입단 테스트를 권했고 그렇게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호이의 야구는 쉽지 않았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 소리를 듣지 못해 타석에서 공 세 개를 흘려보내고 다음 공을 기다리고 있다가 상대팀 선수와 관중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야구 하는 방법을 찾았다. 먼저 3루 주루코치에게 스트라이크일 때는 오른손을, 볼일 때에는 왼손을 들어 달라 했다. 아웃·세이프 판정에 대해서도 장애인들의 수신호를 활용한 동작을 노트에 그려 주며 부탁했다.

코치의 수신호는 심판에까지 이어졌다. 당시에는 경기장 아나운서나 대형 전광판이 없었기 때문에 관중석 특히 외야석에서는 심판의 판정 소리를 듣기 힘들었다. 심판들은 목소리와 함께 손짓으로 판정을 보여 줌으로써 선수도 관중도 판정을 쉽게 알아보게 한 것이다.

호이는 1988년 워싱턴 세네터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첫해 82개의 도루로 내셔널리그 도루왕에 올랐고 이후 신시내티 레즈,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에서 활약하며 통산 타율 0.287, 도루 594개를 기록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4월은 장애인의 달이다. 야구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된 것은 편견과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한 청각 장애 청년의 열정과 그를 도우려는 코치·심판들의 배려가 있어 가능했다는 사실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유제관 편집1부장·부국장 jk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