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라는 장(場)이 섰다. 각 정당들은 소비자인 유권자들에게 좋은 상품(후보와 정책)을 내놓고 가슴을 졸이며 선택을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많고 많은 상품 중에서 가장 우수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다. 최소한 유권자들이 선택할 만한 좋은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

상인이 잘 팔릴 만한 상품을 가게에 내놓는 것처럼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일을 공천(公薦)이라고 한다. 공천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당선이 유력한 특정 후보를 경선 과정 없이 입당 절차만으로 공천하는 전략공천이나 두 사람 이상의 후보가 경쟁하는 경선(競選) 등이 그것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들의 공천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정당이 훌륭한 후보를 공천하고 그 책임을 지는 것은 정당 정치의 근간이다. 따라서 정당의 공천은 엄격한 잣대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공천 과정에서 지역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지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에 대한 검증을 통해 지역 문화와 지역민들의 정서에 맞는 인물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겉으로는 디자인이 화려하지만 속을 살펴보면 품질이 좋지 않은 상품은, 꼼꼼히 따져보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한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검증 기준이 ‘들쭉날쭉’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여론의 중심인 시·도당의 의견을 묵살하는 등 중앙당의 오만과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적격 사유가 있는 후보들이라도 어떤 후보는 중앙당에서 후보 자격 심의에 통과되고, 다른 후보는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천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혀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선거 때만 되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정당들이 유권자로 구성된 시장을 개발하고 넓혀야만 새롭고 좋은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며 재고(在庫) 상품이나 불량 상품을 강매한다면, 이후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에게 또다시 ‘회초리’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끊임없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