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였다. 쉬는 시간에 친구가 ‘선생님이 찾는다’고 했다. 급히 교무실로 갔다. 그런데 선생님은 ‘부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친구 장난에 당했구나.” 그제야 그날이 만우절(萬愚節)임을 깨달았다. 만우절 거짓말은 당시엔 꽤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등교하면서 어떤 거짓말을 해 볼까 연구(?)를 하는가 하면 절대 속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애들도 많았다.

만우절은 ‘가벼운 거짓말로 서로 속이면서 즐거워하는 날. 4월1일이다’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서양에서는 이날을 ‘에이프릴 풀스 데이’(April Fools’ Day: 4월 바보들의 날)라고 한다.

만우절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說)이 있으나 프랑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보편적이다. 옛날 신년은 현행 달력으로 3월25일부터 시작됐는데 그날부터 4월1일까지 춘분제가 열렸고, 마지막 날에는 선물 교환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1564년 왕이 새 역법을 채택, 새해 첫날을 1월1일로 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국민 모두에게 미치지 못해 4월1일을 신년제의 마지막 날로 생각해 선물 교환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또 일부는 그날 장난스럽게 신년 잔치 흉내를 내기도 했는데, 이것이 만우절의 시초라고 한다.

하지만 동양 기원설도 있다. 인도에서는 춘분에 불교의 설법이 행해져 3월31일에 끝났으나 신자들은 그 수행 기간이 지나면 보람도 없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이 때문에 3월31일을 야유절(揶揄節)이라 부르며 남에게 헛심부름을 시키는 등 장난을 치며 재미있어 한 데서 만우절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만우절은 장난을 치며 사람을 속이는 날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장난이 지나쳐 공권력을 우롱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허위 신고가 바로 그것이다. 다행히 최근 몇 년간 만우절에 걸려 온 112 허위 신고는 크게 줄었다고 한다. 올 만우절에도 전국 경찰에 신고된 장난 전화는 10건뿐이었다.

경찰은 만우절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허위 신고를 근절하기 위해 허위·악성 신고에 ‘원스트라크 아웃제’를 적용, 강력 처벌키로 했다. 이제 지나친 거짓말 장난은 범죄임을 명심해야겠다.

/박지경 서울취재본부장 j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