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내버스에서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는 거의 없는 듯하다. 간혹 그런 젊은이를 보면 새삼스레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그렇다고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가 특별히 불량하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핵가족의 시대, 한 가정에 아이가 하나나 둘 정도인 시대, 학생들은 방과 후 및 공휴일 내내 학원을 전전하면서 어른보다 더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시대, 수시로 스마트폰을 사용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정보 검색을 해야 하는 시대,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시대가 돼 요즘 젊은이에게는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층의 이러한 생활 방식과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개인주의의 극대화 내지 이기주의의 팽배는 개인간 소통의 부재와 세대간 사고 방식의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게 하고 있다.

특히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세대간의 가치관 차이는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이에 더하여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복지 자원 및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세대 갈등을 한층 격화시키면서 ‘노인 무시’를 넘어 ‘노인 혐오’ 현상으로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대 갈등을 넘어 사회 분열을 초래하므로 이를 시정할 효과적이고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필자의 머리에 우선 떠오르는 단어는 사자성어로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이런 맥락에서 아동, 청소년과 어르신이 서로 부대끼면서 이해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로 아동복지, 청소년복지와 노인복지의 융합을 제안해 본다.

물론 그 융합은 아동 복지, 청소년 복지와 노인 복지의 단순한 합이 될 수 없고, 아동, 청소년과 어르신의 건강한 상호 작용을 생성하고 촉진시키는 (융합) 프로그램 및 실천이어야 한다. 이러한 융합 프로그램으로서 복지의 대상인 아동, 청소년, 어르신에게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는 봉사를 상대방에게 하게 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급여를 제공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예컨대, 청소년이 어르신에게 책을 읽어 준다든지, 말동무가 되어 준다든지 하게 하고 그에게 소정의 봉사료를 지급하고, 어르신의 경륜과 지식·기술을 젊은 세대에게 전수하게 하고 역시 봉사료를 지급한다면,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는 복지 자원 및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복지 자원 및 일자리를 위한 상호 보완적, 협력관계가 되므로, 상호 존중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이러한 융합이 성공적으로 발전한다면 세대간 융합에서 더 나아가 지역사회 발전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아동, 청소년 및 노인 복지 융합에 대한 연구·지원·강화 정책이 필요하다.

현 정부에서 보편적 사회복지의 확대를 복지 정책의 기조로 천명하였으므로, OECD 국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 복지 예산은 장차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에 필자는 아동, 청소년 및 노인 복지 융합을 법제화하여 장차 증가되는 재원의 일정 부분을 아동, 청소년과 노인의 복지 융합을 위한 시설·기관의 설립이나 융합 프로그램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