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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의 세상만사] 시·도지사 선거 빅 매치(Big Match)이뤄질까

2018. 03.02. 00:00:00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내내 참 즐거웠다. 여자 컬링이 있어 더욱 행복했다. 우리 선수들은 세계 강호들을 잇달아 격파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막식에 앞서 컬링 경기가 처음 중계될 때만 해도 ‘별 이상한 경기가 다 있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소하기만 했다. 하우스(둥근 원) 안에 돌(스톤)을 안착시키기 위해 쉴 새 없이 비질을 해 대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나뉜 스톤은 맷손(맷돌을 돌리는 손잡이)이 달린 맷돌 같기도 하고, 옛날 시골집 안방에 두고 오줌을 누던 요강처럼 보이기도 해,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경기 규칙은 그리 복잡한 것 같지는 않았다. 스톤을 하우스 안에 밀어 넣는데 어찌 보면 바둑판의 ‘알까기’ 같기도 했다. 스톤은 멈출 듯 멈출 듯 하다가도 빗자루와 비슷한 브룸(broom)으로 길을 쓸어 주면 계속해서 미끄러져 갔다.
올림픽이 끝나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지방 선거가 치러진다. 그래서일까. 문득 선거 또한 컬링 경기와 같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이들은 제각기 하나의 스톤이요 하우스는 후보들이 노리는 자리(자치단체장)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선거 또한 컬링 경기처럼

둥근 원을 향해 나아가는 길 한가운데를 막고 있는 스톤. 그 스톤을 피해 가는 스톤. 가로막고 있는 상대편의 스톤을 쳐내는 스톤. 스톤과 스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 붉은 원 안으로 스르르 들어가는 스톤. 하우스 안에 어렵게 안착한 상대편 스톤을 툭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새로운 스톤. 그러니까 컬링이나 선거나 다 둥근 집(선출직 자리)을 차지하기 위한 돌(후보)들의 치열한 싸움 아닌가 싶은 것이다.
컬링에서야 그렇지 않지만 선거판의 스톤에는 센 돌과 약한 돌이 있다. 오는 6·13 지방선거 그중에서도 전남 지사 선거는 아주 센 돌끼리의 격돌이 예상돼 일찌감치 관심이 집중됐던 터. 이개호(더불어민주당)·박지원(민주평화당)·주승용(바른미래당) 의원의 빅매치가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 주 의원은 스스로 돌을 거둬들였다. 관망 중이라던 박 의원은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중앙당의 불출마 요청이 있었지만 민주당 이개호 의원도 공식 출마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에, 한 석이 아쉬운 중앙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의원마저 출마를 포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타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나 신정훈 대통령비서실 농어업비서관 등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애초 크게 주목을 받았던 전남 지사 선거는 의외로 싱거워질지도 모른다.
반면, 광주 시장 선거는 하우스 진입을 위해 벌써부터 스톤과 스톤이 요란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윤장현 현 광주 시장이 수성(守城)에 나선 가운데 강기정 지역발전위원회 자문위원장과 민형배 광산구청장 및 최영호 남구청장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이는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그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다소 앞서가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물론 표본 수가 워낙 적어 믿기 어렵다며 여론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이 전 부위원장은 두 번의 장관과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니 스펙만 본다면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하지만 이 같은 이력에도,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듯한 비난을 퍼부은 이가 있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이 전 부위원장에게 “광주를 떠난 정치인이 광주에 필요한지, 일자리 창출을 자신의 정치적 입신을 위해 활용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공개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광주에 평화유지군 파견?

이 전 부위원장이 성공 가도를 달리다 처음으로 실패를 맛본 것은 두 번의 광주 시장 선거에서다. 2010년엔 강운태 후보에 밀렸으며 2014년엔 윤장현 현 시장의 벽에 막히고 말았다. 그는 당시 윤 시장에 대한 전략공천이 이뤄지자 이에 반발해 탈당까지 결행한 바 있다.
그가 세 번째로 실패를 맛본 것은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낙선이다. 그는 자신의 의원직 사퇴 후 보궐선거로 광주 광산을 지역구를 물려받은, 국민의당 권은희 후보와 전·현직 대결을 벌였으나 낙선했다. 당시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저는 광주 정치에서 물러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해, 정계 은퇴를 시사한 바 있다.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으나 별 성과도 없이 ‘본인 일자리(광주 시장) 창출’에만 나섰다는 일부의 비판. 그리고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사건에 탈당 경력까지. 그는 사방에서 초(楚)나라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적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전 부위원장은 2010년 처음으로 광주시장에 도전할 당시 ‘연어가 민물로 돌아온 까닭은’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 바다라고 할 수 있는 중앙에서 다양한 국정 경험을 한 뒤 자기가 태어나고 자랐던 그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에 자신을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센 파도와 물살에 막혀 고향으로 돌아오는 데 실패했다. 오는 6월, 연어는 다시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을 수 있을까.
선거를 다시 컬링에 비유하자면,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절묘한 힘으로 스톤을 던져 상대 스톤을 하우스 밖으로 제거하는 것처럼, 상대 후보를 유권자의 가슴 밖으로 슬며시 밀어내는 게임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처럼 인식되고 있는 마당에 최근 중앙당 전략공천설의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고 있으니. 너무 일찍 달아오른 광주시장 선거의 과열 혼탁 방지를 위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많은 스톤들이 일시에 제거된다는 얘기인데 여기에서 만에 하나, 여성 할당이라는 명분으로 양향자 최고위원을 전략공천한다면 광주 시민들은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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