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바람이 거세다. 강호들을 연달아 격파한 실력과 톡톡 튀는 개성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21일 오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예선 8차전에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팀을 11-2로 제압하며 7승 1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이 승리로 이날 오후 덴마크와의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예선 1위 자리를 확정했다.

예선 첫 경기부터 ‘세계 최강’ 캐나다를 꺾으며 시작된 대표팀의 기세는 날이 갈수록 거세졌다. 예선 2차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일본에 아쉽게 승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이후 연승을 달리며 예선 1위 자리를 찍었다.

그리고 지난 20일 예선 7번째 경기였던 미국전에서 9-6 승리를 추가하면서, 10개 출전국 중 가장 먼저 4강에 안착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데뷔한 한국 컬링의 사상 첫 준결승 진출이기도 하다.

강호들을 잇달아 제압한 실력도 실력이지만, 톡톡 튀는 개성과 남다른 사연 덕분에 스킵 김은정, 리드 김영미, 세컨드 김선영, 서드 김경애, 후보 김초희로 구성된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의 ‘대세’가 됐다.

한 팀이 된 사연부터 특별하다. 중심에는 김영미가 있다. ‘영미’는 이번 대회 가장 유명한 이름이다.

무표정으로 스톤을 던지면서 스타덤에 오른 김은정이 가장 많이 외치는 단어가 바로 ‘영미’다. 스톤을 던진 뒤 스위핑 방향과 속도를 지시하느라 리드 김영미를 쉼 없이 찾는 덕분이다.

영미를 애타게 찾는 김은정은 ‘영미 친구’다. 그리고 김경애는 ‘영미 동생’, 김선영는 ‘영미 동생 친구’다.

방과 후 과목으로 컬링을 시작하게 된 김영미를 따라서 친구 김은정이 컬링부에 가입했고, 김경애는 친언니의 심부름을 갔다가 컬링을 시작했다. 그리고 김선영은 김경애가 교실 칠판에 써둔 ‘컬링부 모집’이라는 글을 보고 ‘팀 킴’에 합류했다.

이들의 성(姓)씨도 화제다. 김은정,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 선수들 모두 김씨라서 ‘팀 킴’으로 통한다. 감독(김민정)마저 김씨다. 덕분에 외신 기자들은 혼돈에 빠졌다.

영어 이름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영어 이름은 김은정 ‘애니’, 김영미 ‘팬 케이크’, 김선영 ‘써니’, 김경애 ‘스테이크’, 김초희 ‘쵸쵸’다.

모두 김씨라서 혼란스러워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 이름을 지었는데, 아침 식사 자리에서 먹던 음식을 가지고 지은 탓이다. 김영미와 김경애는 각각 팬 케이크와 스테이크를, 김선영은 반숙 후라이인 써니 사이드업을 먹던 중이었다. 김은정은 요거트 상표에서 이름을 따왔고, 김초희의 쵸쵸 역시 먹고 있던 초콜릿 이름을 땄다.

실력과 톡톡 튀는 사연으로 평창을 들썩이게 하는 ‘팀 킴’은 23일 오후 8시 5분 결승 티켓을 놓고 ‘영미∼’를 외친다.

/평창동계올림픽 취재단=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