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책을 만나다
2018년 02월 21일(수) 00:00 가가
책 표지 장식한 그림들 눈길
전병근의 ‘지식의 표정’
셰르프벡의 ‘자화상’ 전면 채워
전병근의 ‘지식의 표정’
셰르프벡의 ‘자화상’ 전면 채워
‘지식의 표정’의 헬레네 셰르프벡 작 ‘자화상’
‘그림, 책을 만나다.’
몇년 사이 새로 출간되는 책들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책 표지다.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움직임 가운데 하나는 국내외 화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표지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때론 낯선 작가들의 작품도 있어 ‘발견의 즐거움’도 크다. 새롭게 눈에 들어온 작가의 작품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지난해 출판사 ‘마음산책’에서 펴낸 ‘지식의 표정’을 접했을 때 유독 표지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전병근의 ‘지식의 표정’은 유발 하라리 등 ‘읽고 생각하며 자신의 표정을 만든’ 지식인 12명의 인터뷰 기사를 묶은 책으로 독특한 표정의 한 여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표지가 눈에 띈다. 핀란드 여류화가 헬레네 셰르프벡(1862∼1946)의 작품 ‘자화상’으로 헬레네는 책을 읽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인상적인 ‘마리아’ 등 여성과 아이가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화를 그려온 작가다.
문학평론가 정여울과 출판사 ‘천년의 상상’이 새롭게 시작한 ‘월간 정여울’은 독특한 시리즈다. 잡지처럼 매달 하나의 의성어나 의태어를 선정해 출간하는 시리즈로 최근 발간된 1월호 ‘똑똑-수줍은 마음이 당신의 삶에 노크하는 소리’, 2월호 ‘콜록콜록-누군가 조금은, 혹은 아주 많이 아파하는 소리’는 일상을 세심히 포착한 정여울의 글로 다음호를 기대하게 만든다. 1월호는 초판 3000부가 모두 소진돼 재판에 들어갔다.
‘월간 정여울’의 또 다른 특징은 매달 정 작가가 그 달의 ‘테마’와 한명의 화가를 선정해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화가의 그림으로 표지를 제작하고, 대표작 10여편을 책 사이사이 싣는다. 책 마지막에는 정 작가가 쓴 ‘작품론’도 담긴다. 정여울은 ‘똑똑’에서 “그 자체로 더없이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우리 마음을 비춰보는 시간을 갖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개성 넘치는 화가들의 그림과 내글을 나란히 놓았다”라고 말했다.
1월의 화가는 ‘꽃’을 주소재로 작업하는 안진의 작가다. 강렬한 붉은 꽃이 인상적인 표지화를 비롯한 ‘꽃의 시간’ 시리즈와 ‘빛의 정원’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콜록콜록’에서는 ‘예술가의 작업실’을 주제로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해온 남경민 작가의 그림을 만날 수 있으며 3월호 ‘까르륵까르륵’의 작가는 한국화가 최인선이다. 4월호에는 우리가 잘 아는 유명 서양화가들도 등장하는 등 앞으로 다양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천년의 상상’ 홍보람 편집자는 “화가와 협업을 통해 책을 만들기로 기획한 시리즈로 매달 정여울 작가가 그달의 테마와 맞는, 좋아하는 작가를 선정한다”며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눈여겨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과 감수성들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시리즈는 앞으로 ‘와르르’, ‘달그락달그락’, ‘옥신각신’, ‘어슬렁어슬렁’, ‘팔딱팔딱’ 등 모두 12권으로 완간된다.
김민정 시인이 편집자로 참여하고 있는 ‘난다’의 책들도 화가들의 작품을 적극 표지로 활용한다.
베스트셀러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박준 시인이 펴낸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역시 표지 그림에 눈길이 머문다. 배를 타고 노를 젓는 여자와 하모니카를3 부는 남자가 등장하는 그림은 등장인물들의 얼굴이 모두 지워져 있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스라엘 출신 영국 화가 기드온 루빈의 작품으로 루빈은 오는 9월 한국에서 첫 개인전도 앞두고 있다.
지난 2014년 발간된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표지 역시 인상적이다. 검은 옷을 입은 한 노인이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뒷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독일 출신 작가 팀 아이텔의 ‘무제’다. 그는 지난해 학고재 갤러리에서 개인전도 진행했다. 황씨가 30년 동안 쓴 글을 모은 산문집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가 그대로 느껴지는 글과 더불어 표지 그림까지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민음사의 경장편 소설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는 국내 젊은 화가와의 협업으로 눈길을 끈다.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에는 서니니 작가의 ‘그녀’가,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에는 안소현 작가의 ‘8.11.S.Z’가 표지로 쓰였다.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몇년 사이 새로 출간되는 책들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책 표지다.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움직임 가운데 하나는 국내외 화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표지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때론 낯선 작가들의 작품도 있어 ‘발견의 즐거움’도 크다. 새롭게 눈에 들어온 작가의 작품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문학평론가 정여울과 출판사 ‘천년의 상상’이 새롭게 시작한 ‘월간 정여울’은 독특한 시리즈다. 잡지처럼 매달 하나의 의성어나 의태어를 선정해 출간하는 시리즈로 최근 발간된 1월호 ‘똑똑-수줍은 마음이 당신의 삶에 노크하는 소리’, 2월호 ‘콜록콜록-누군가 조금은, 혹은 아주 많이 아파하는 소리’는 일상을 세심히 포착한 정여울의 글로 다음호를 기대하게 만든다. 1월호는 초판 3000부가 모두 소진돼 재판에 들어갔다.
‘콜록콜록’에서는 ‘예술가의 작업실’을 주제로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해온 남경민 작가의 그림을 만날 수 있으며 3월호 ‘까르륵까르륵’의 작가는 한국화가 최인선이다. 4월호에는 우리가 잘 아는 유명 서양화가들도 등장하는 등 앞으로 다양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천년의 상상’ 홍보람 편집자는 “화가와 협업을 통해 책을 만들기로 기획한 시리즈로 매달 정여울 작가가 그달의 테마와 맞는, 좋아하는 작가를 선정한다”며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눈여겨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과 감수성들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시리즈는 앞으로 ‘와르르’, ‘달그락달그락’, ‘옥신각신’, ‘어슬렁어슬렁’, ‘팔딱팔딱’ 등 모두 12권으로 완간된다.
김민정 시인이 편집자로 참여하고 있는 ‘난다’의 책들도 화가들의 작품을 적극 표지로 활용한다.
베스트셀러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박준 시인이 펴낸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역시 표지 그림에 눈길이 머문다. 배를 타고 노를 젓는 여자와 하모니카를3 부는 남자가 등장하는 그림은 등장인물들의 얼굴이 모두 지워져 있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스라엘 출신 영국 화가 기드온 루빈의 작품으로 루빈은 오는 9월 한국에서 첫 개인전도 앞두고 있다.
지난 2014년 발간된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표지 역시 인상적이다. 검은 옷을 입은 한 노인이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뒷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독일 출신 작가 팀 아이텔의 ‘무제’다. 그는 지난해 학고재 갤러리에서 개인전도 진행했다. 황씨가 30년 동안 쓴 글을 모은 산문집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가 그대로 느껴지는 글과 더불어 표지 그림까지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민음사의 경장편 소설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는 국내 젊은 화가와의 협업으로 눈길을 끈다.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에는 서니니 작가의 ‘그녀’가,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에는 안소현 작가의 ‘8.11.S.Z’가 표지로 쓰였다.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