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8일 박수영(여·40)씨는 딸(9)과 함께 광주시 동구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 문화원을 찾았다가 기분이 몹시 상했다.

박씨는 이날 딸을 위해 오후 4시10분부터 30분간 종이컵 등 일상재료로 악기를 만드는 ‘뚝뚝 악기 만들기’체험활동을 신청했는데, 한 도슨트(docent, 전시해설자)로부터 “이렇게 늦게 오시면 안 된다”라는 짜증 섞인 말을 들은 것이다.

박씨는 “딸을 입장시킨 뒤 휴대전화를 보니 4시11분 이었다”면서 “늦지도 않았는데, 딸 아이 앞에서 면박을 당하니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인 박주희(여·39)씨는 지난 주말 아들(7), 조카(6) 등과 어린이 문화원 내 어린이놀이공간을 찾았다가 직원들의 강압적인 통제방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박씨는 “생각공작소 앞에는 아이들이 넓은 공간에서 스펀지 블록 등을 가지고 건축 놀이 등을 하는 곳인데, 아이들이 블록 위에 잠시 앉기라도 하면 직원들이 안전 등을 이유로 아이들에게 경고성 말을 하더라”면서 “아이들이 직원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시설을 개선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조언했다.

전국 최대 어린이 체험 시설을 자랑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 문화원이 일부 직원의 강압적이고 불친절한 운영으로 방문객의 불만을 사고 있다.

반면 어린이 미술관을 운영중인 광주시립미술관은 아이들이 미술작품을 마음껏 만지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해 대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 한 광주시민은 광주시 홈페이지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민원 제기’라는 제목으로 민원을 접수했다. 접수된 민원은 체험을 하나라도 더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강압적으로 말하는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직원들이 불친절하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이처럼 어린이문화원의 불친절한 운영 행태는 개장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용객들의 주장이다.

문화원측은 또 짚트랙 등 일부 인기시설의 경우 이용을 희망하는 어린이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운영여건 등을 이유로 사용 시간과 횟수 등을 제약해 이용객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 이용객은 “어린이문화원 시스템 자체가 이용자의 편의보다는 시설 운영자의 편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듯하다”면서 “국립시설이다 보니 개인시설처럼 수익을 내지 않아도 돼 이용객은 안중에도 없는 것 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관계자는 “안전상의 문제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부분이 있어 좀 과도하게 표현이 된 것 같다”며“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수영 민들레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은 “아이들의 놀이를 제약할 경우 자신감이나 인지 능력 등이 떨어지고 창의성 향상 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립미술관내에 어린이 미술관을 운영중인 조진호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어린이 미술관에서는 아이들이 미술품을 마음껏 만지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어린이 시설인 만큼 어린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5년 문을 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은 지난해 연말까지 총 147만500여명이 다녀갔다.

/김한영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