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젖줄인 영산강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나주평야는 고대시대부터 지배세력의 중요한 터전이었다. 다시면 복암리 일대에 자리한 고분에선 고대 지배세력의 다양하고 수준 높은 유물들이 출토됐다.

여러 유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옹관이다. 항아리처럼 생긴 모양 때문에 독널 또는 독무덤이라고 불린다. 영산강 유역에서 발굴된 초대형 무덤시설인 옹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옹관의 복원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문화재 재탄생 과정을 관람하는 것은 역사와 고대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나주박물관은 ‘문화재 복원’ 작업의 전 과정을 일반 시민들이 볼 수 있는 공개행사를 개최한다. 오는 28일까지 제2전시실 ‘보이는 수장고’에서 실시하는 이번 행사는 문화재 보호에서 문화재 활용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문화재는 나주 복암리 3호분에서 출토된 대형 옹관 1조다. 무덤의 내부시설로는 특이하게 영산강 유역에서 초대형으로 발전한 탓에 이 지역에 머물렀던 세력들은 자체적인 지배체제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곽은경 학예연구사는 “학계에서는 복암리 3호분은 5세기 나주에 있는 마한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고분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5세기 후반 무렵, 원래 백제 세력이 이곳으로 왔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게 아니라 나주지역에 머물던 마한세력에 의해 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곽 학예사의 말로 추정해보면 이곳에 자리를 잡았던 세력은 마한일 가능성이 있다. 백제에 복속됐던 세력이라면 “무덤의 내부 시설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옹관”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조각 조각 깨진 편들이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 조각 편들의 부착 순서를 파악해 개별 조각에 약품을 도포하지요. 이후에는 작은 조각들이 일정한 덩어리가 되도록 붙입니다.”

곽 학예사는 여기까지가 복원의 초기 단계라고 한다. 그 다음은 옹관의 입구가 바닥에 놓이도록 세운 뒤 몸통을 쌓는다. 이어 바닥이었던 부분은 뚜껑의 형태로 만들어 붙이면 형태가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옹관의 질감이 살아나도록 채색을 하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다.

이번 복원 과정에는 국립나주박물관 소속 연구원 3명과 문화재 전문 수리업체 3명 등 모두 6명이 참여하고 있다. 곽 학예사는 “이 달 말까지 1점을 작업하는데 높이가 다 맞춰지면 높이 195㎝, 길이 110㎝의 대형 옹관이 복원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복원작업은 정교한 퍼즐 맞추기와 다름없다. 모두 40여 개가 넘는 조각으로 분리돼 출토된 탓에 각 조각의 위치를 찾고 조각 사이를 접착제로 접합해야 형체가 완성된다.

대부분 땅속에서 나온 문화재들은 오랫동안 흙 속에 묻혀 있던 관계로 깨지거나 조각만 남아 있다.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재 전문기관이 실시하는 복원작업이 문화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인 까닭은 그 때문이다.

국립나주박물관에서 이와 같은 복원 작업 공개가 가능한 것은 개관 당시부터 수장고와 소장품 정리실 내부를 볼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또한 소장품 정리과정도 실시간 관람할 수 있도록 ‘보이는 소장품 정리실’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국립나주박물관 관계자는 “땅속에서 나온 문화재가 박물관에 들어온 이후 이루어지는 분류, 등록, 번호부여, 관찰서술, 사진촬영, 보존처리 등 모든 작업 과정을 관람객에게 공개하는 것”이라며 “이번 복원 행사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