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 호남 민심의 화두는 ‘6월 지방선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설 연휴 기간 동안 형성된 호남 민심의 흐름은 지방선거를 관통하면서 지역 정치권의 지형 변화는 물론 정계개편마저 주도할 수 있어 주목된다.

우선, 이번 지방선거는 과거에 비해 의미가 크고 넓다.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이 함께 이뤄지면서 실질적인 지방분권 시대가 개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와 함께 하는 개헌은 반대하고 있지만 연내에는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늦어도 올해 말에는 지방분권을 토대로 하는 개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설 연휴 기간 호남 민심은 지방분권을 제대로 견인해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전략적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점을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 성지인 광주 정신에 걸맞게 촛불 혁명으로 표출된 시대정신에 충실한 후보들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호남 민심의 적극적 지지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비전’을 갖춘 인사들이 과연 누구냐에 대해서도 냉철한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적 스펙을 넘어 시대적 비전을 갖춘 인사들을 발굴, 제3기 민주정부를 지렛대 삼아 호남의 미래를 견인해야 한다는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선거를 계기로 호남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차별 구도를 타파해 호남을 4차 산업혁명의 전진 기지로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물을 발굴, 대선주자 한 사람 배출하지 못하는 ‘정치적 불임 지역’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현안과 미래에 대한 세밀한 공약 검증은 물론 광주시와 전남도의 상생 공약 발굴, 예비 후보들의 역량과 비전 등을 집중 조명하는 지역 사회 차원의 적극적인 지방선거 참여가 이슈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묻지마 지지’와도 결별하는 등 ‘공천=당선’이라는 일당 독점의 낡은 구도에서 확실히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 민심은 다당제의 길을 만들어 낸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후보의 역량과 비전’을 근간으로 하는 경쟁 구도 형성은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과거 일당 독점 구도의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 돌풍은 있어왔다. 여기에 6월 지방선거가 민주당,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다자 구도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경쟁의 여건도 만들어져 있다.

새로운 시대정신과 함께 ‘역량과 비전’이 호남 민심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는다면 전체적인 지방선거 판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등 전국 각지에 포진한 호남민심이 특유의 결집력을 발휘하면서 다자구도 하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캐스팅 보터’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6월 지방선거에 나타난 호남 민심은 정계개편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장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인물 및 비전 부재로 호남 민심의 외면을 받을 경우, 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민주당도 공천을 둘러싸고 오만한 자세를 보일 경우, 호남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설 연휴 기간 형성된 호남 민심이 전체적인 지방선거의 흐름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당보다는 역량과 비전, 시대정신에 초점을 맞춘 인물 위주의 선택이 결국 지방분권 시대 호남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욱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