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책과 함께]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 등
2018년 02월 14일(수) 00:00 가가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대니얼 웨그너·커트 그레이 지음, 최호영 옮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표 사회심리학자 대니엘 웨그너는 ‘마음’에 관한 집필 작업을 구상하던 중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제자인 커트 그레이에게 책의 완결을 부탁했다. 2013년 웨그너가 숨질 때까지 함께 ‘마음의 정체’를 밝히는 작업에 몰두했으며, 그 결과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이라는 책으로 완결되었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마음의 비밀’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책은 다양한 상황에서 마음 지각이 왜 중요한지에 초점을 맞춘다.
두 저자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의 문제는 곧 ‘지각’의 문제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물, 기계, 혼수상태의 환자, 신 같은 평범하지 않은 존재에 대한 마음 지각의 문제를 탐구함으로써 마음이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왜 중요한지를 조명했다. <추수밭·1만8500원>
가수는 입을 다무네/정미경 지음
지난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많은 문학인과 독자들을 안타깝게 했던 작가 정미경. 제30회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이자 제26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할 만큼 독특한 소설세계를 개척해왔던 작가의 죽음은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잖은 상실과 슬픔을 주었다. 작가의 유작 ‘가수는 입을 다무네’는 2014년 ‘세계의 문학’에 1년간 연재됐던 작품으로 타인의 삶, 타인의 상처와 묵묵히 함께 했던 작가의 삶을 반추할 수 있다.
수업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감독 노릇을 하는 이경에게, 한때 전설적인 록 밴드의 보컬이자 리더였던 율은 어쩔 수 없는 최초의 피사체이다. 율에게는 많은 시간 그의 후원자가 되어 준 아내 여혜와 그를 믿고 따른 젊은 뮤지션 호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둘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위악적으로 굴며 지독한 외로움과 자기애를 동시에 느낀다.
〈민음사·1만3000원〉
안개의 나라/ 김광규 지음
1975년 ‘문학과 지성’으로 시단에 나와 삶의 구체적 체험을 평이하고 친숙한 언어로 형상화해온 김광규 시인은 시력 40년을 넘는다. 올해 희수를 맞아 펴낸 ‘안개의 나라’는 깊은 울림과 지적 통찰이 빛나는 시인의 시적 지향이 오롯이 깃들어 있다.
이번 시선집에는 군부의 검열로 배포가 금지되었다 이듬해 발간됐던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1979)에서부터 등단 40년을 맞은 해에 펴낸 ‘오른손이 아픈 날’(2016)까지 총 11권의 시집에서 시인이 자선한 200여 편이 묶였다. 그의 시의 특징은 투명한 이미지와 명징한 서술로 현실의 삶과 시대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데 있다. 시인은 폭압적 질서에 저항하고 삶의 모순과 허위를 짚어내지만, 그럼에도 차분하고 따스한 시선을 견지한다.
<문학과지성사·2만1000원>
걷기의 인문학/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고층건물, 카페, 상가 등 오늘의 도시 거리는 복잡하다. 도시의 교외화와 복잡한 공간은 일상에서 걷기를 점점 몰아내고 있다. 걷기와 인문학에는 모종의 상관관계가 있는데 ‘걸으면서 사유하고, 걸으면서 창조하고, 걸으면서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평론가이자 작가인 리베카 솔닛은 ‘걷기의 인문학’에서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또한 보편적인 행위인 걷기를 철학적이고 창조적인 관점으로 들여다본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걷기와 사유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철학자들을 소환한다. 보통은 그리스 철학자들을 호출하지만 저자는 루소를 비롯한 동시대인들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그리스인들이 많이 걸은 것은 사실이고, 소요학파와 스토아학파의 이름이 걷기와 관련돼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반비·1만9500원>
역사의 키워드 왕을 말하다/강응천 지음
역사 속의 왕은 다름아닌 권력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부자나 형제간에도 권력 싸움이 존재했다. 지정학적으로 반도의 형국인 우리나라는 외부 세력들과도 끊임없이 힘을 겨뤄야 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왕’은 무엇이며 어떤 존재인가. 민주주의 관점으로 재평가한 역사 속 왕들에 관한 책이 발간됐다. 역사 저술가인 강응천 씨가 ‘역사의 키워드 왕을 말하다’는 단군왕검에서 군주의 탄생과 의미를 따져 보는 것으로 시작해 백제 무령왕 편에서는 왕과 귀족의 관계를 살펴본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어떤 방식과 관점으로 군주를 호출하고 있을까. 저자는 한국사 마지막 왕들이 외세에 나라를 빼앗겼기 때문에 왕을 민중의 지배자보다 민족의 지도자로 본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한겨레출판사·1만4000원>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표 사회심리학자 대니엘 웨그너는 ‘마음’에 관한 집필 작업을 구상하던 중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제자인 커트 그레이에게 책의 완결을 부탁했다. 2013년 웨그너가 숨질 때까지 함께 ‘마음의 정체’를 밝히는 작업에 몰두했으며, 그 결과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이라는 책으로 완결되었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마음의 비밀’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책은 다양한 상황에서 마음 지각이 왜 중요한지에 초점을 맞춘다.
가수는 입을 다무네/정미경 지음
지난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많은 문학인과 독자들을 안타깝게 했던 작가 정미경. 제30회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이자 제26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할 만큼 독특한 소설세계를 개척해왔던 작가의 죽음은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잖은 상실과 슬픔을 주었다. 작가의 유작 ‘가수는 입을 다무네’는 2014년 ‘세계의 문학’에 1년간 연재됐던 작품으로 타인의 삶, 타인의 상처와 묵묵히 함께 했던 작가의 삶을 반추할 수 있다.
안개의 나라/ 김광규 지음
1975년 ‘문학과 지성’으로 시단에 나와 삶의 구체적 체험을 평이하고 친숙한 언어로 형상화해온 김광규 시인은 시력 40년을 넘는다. 올해 희수를 맞아 펴낸 ‘안개의 나라’는 깊은 울림과 지적 통찰이 빛나는 시인의 시적 지향이 오롯이 깃들어 있다.
이번 시선집에는 군부의 검열로 배포가 금지되었다 이듬해 발간됐던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1979)에서부터 등단 40년을 맞은 해에 펴낸 ‘오른손이 아픈 날’(2016)까지 총 11권의 시집에서 시인이 자선한 200여 편이 묶였다. 그의 시의 특징은 투명한 이미지와 명징한 서술로 현실의 삶과 시대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데 있다. 시인은 폭압적 질서에 저항하고 삶의 모순과 허위를 짚어내지만, 그럼에도 차분하고 따스한 시선을 견지한다.
<문학과지성사·2만1000원>
걷기의 인문학/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고층건물, 카페, 상가 등 오늘의 도시 거리는 복잡하다. 도시의 교외화와 복잡한 공간은 일상에서 걷기를 점점 몰아내고 있다. 걷기와 인문학에는 모종의 상관관계가 있는데 ‘걸으면서 사유하고, 걸으면서 창조하고, 걸으면서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평론가이자 작가인 리베카 솔닛은 ‘걷기의 인문학’에서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또한 보편적인 행위인 걷기를 철학적이고 창조적인 관점으로 들여다본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걷기와 사유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철학자들을 소환한다. 보통은 그리스 철학자들을 호출하지만 저자는 루소를 비롯한 동시대인들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그리스인들이 많이 걸은 것은 사실이고, 소요학파와 스토아학파의 이름이 걷기와 관련돼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반비·1만9500원>
역사의 키워드 왕을 말하다/강응천 지음
역사 속의 왕은 다름아닌 권력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부자나 형제간에도 권력 싸움이 존재했다. 지정학적으로 반도의 형국인 우리나라는 외부 세력들과도 끊임없이 힘을 겨뤄야 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왕’은 무엇이며 어떤 존재인가. 민주주의 관점으로 재평가한 역사 속 왕들에 관한 책이 발간됐다. 역사 저술가인 강응천 씨가 ‘역사의 키워드 왕을 말하다’는 단군왕검에서 군주의 탄생과 의미를 따져 보는 것으로 시작해 백제 무령왕 편에서는 왕과 귀족의 관계를 살펴본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어떤 방식과 관점으로 군주를 호출하고 있을까. 저자는 한국사 마지막 왕들이 외세에 나라를 빼앗겼기 때문에 왕을 민중의 지배자보다 민족의 지도자로 본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한겨레출판사·1만4000원>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