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있는 남동생 더 늦기전에 만나고 싶어”
2018년 02월 14일(수) 00:00 가가
이산가족 광주 박영숙 할머니의 설날
함경남도가 고향인 박영숙(82) 할머니가 지난 11일 광주시 남구 봉선동 자신의 집에서 67년이 넘도록 밟지 못한 고향땅을 그리워하고 있다. /나명주기자 mjna@
“북에 있는 남동생을 만나고 눈을 감았으면 좋겠어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어요.”
박영숙(82·광주시 남구 봉선동) 할머니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화해무드가 무르익자 남동생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간절하다.
최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 부부에게 “꼭 평양에 와 달라”고 초청, 남북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할머니는 남북 화해무드 조성되면 이산가족 상봉도 그만큼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일 오전에 기자를 맞이한 박 할머니는 대화 도중에도 안방에 있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북한 공연단의 연주모습과 ‘평양 초청’ 소식이 속보로 전달되고 있었다.
박 할머니는“평창 올림픽을 맞아 남한을 찾은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연주를 보는 것 만도 감격스러운데 북측이 우리 대통령을 초청할 줄은 몰랐다”며 “이를 계기로 이산가족들이 북에 두고온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물꼬가 트였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할머니는 “TV에서 북한노래를 들으니 67년 전 고향에서 헤어진 어머니와 남동생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은 함경남도 북청군 양하면이다. ‘북청물장수’로 알려진 바로 그 마을이다. 북청군 출신이 서울로 내려와 물장수를 시작했다는 것에서 비롯된 별칭이다.
박 할머니 집안은 명태 덕장을 운영한 덕분에 생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탄탄대로였던 그의 인생은 1951년 1월 4일 1·4 후퇴로 가시밭길이 됐다. 이 무렵 15살이던 박 할머니는 중공군이 내려오고 있다는 소식에 아버지와 사촌 오빠의 손을 잡고 보따리에 귀중품만 챙겨 피난 길에 올랐다. 어머니와 남동생은 집을 지키기 위해 고향에 남았다.
박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일주일만 있다 다시 올라올게요”라는 말을 하고 떠났다. 이것이 박 할머니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어머니의 손을 놓은 이후 북청에서 100명 남짓이 겨우 탈수 있는 목선(돛단배)을 타고 피난길에 올랐다. 고성, 속초, 부산, 거제도를 거친 한 달간 일정 끝에 포항 구룡포에 정착했다.
당시 박 할머니는 ‘나중에 이북 가서 살려면 이북사람과 결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때 아버지 친구의 소개로 함흥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20살에 결혼했다. 이후 남편이 살고 있던 광주로 무작정 내려와 양동시장에서 의류 장사와 식당을 운영해 4남1녀의 자식을 키웠다.
힘겨운 삶의 주름이 펴지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더 깊어져만 갔다.
북에 있는 어머니와 남동생의 찾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번번이 탈락했다. 탈락에도 모두 살아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버리지 않았다.
박 할머니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10년 전에 정부를 통해 들었다”면서 “아직까지 동생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 생각이 간절했던 박 할머니는 한때 활발하게 진행되던 금강산 관광을 2000년과 2007년에 걸쳐 2차례 다녀왔다.
박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최정상에 올라가 내다본 원산해수욕장의 풍경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고향이 그리운 마음에 악착같이 힘을 내 금강산 정상까지 올라갔었다”고 회상했다.
요즘 박 할머니는 고향과 어머니가 생각날 때 마다 광주시 북구 청옥동 망향동산을 찾는다. 이곳은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이 잠들어 있는 공간이다.
박 할머니는 “실향민 1세대 분들은 대부분 80대 이상 고령자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등이 추진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해 대기중인 광주·전남에 거주하는 이산가족 수는 모두 1365명(광주 546명·전남 819명)이다. 지난 1988년부터 전국에 등록돼 있는 이산가족 수는 13만1344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7만2762명에 이른다. 생존자는 5만8685명에 불과하다.
/김한영기자 young@kwangju.co.kr
박영숙(82·광주시 남구 봉선동) 할머니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화해무드가 무르익자 남동생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간절하다.
최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 부부에게 “꼭 평양에 와 달라”고 초청, 남북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할머니는 남북 화해무드 조성되면 이산가족 상봉도 그만큼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평창 올림픽을 맞아 남한을 찾은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연주를 보는 것 만도 감격스러운데 북측이 우리 대통령을 초청할 줄은 몰랐다”며 “이를 계기로 이산가족들이 북에 두고온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물꼬가 트였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은 함경남도 북청군 양하면이다. ‘북청물장수’로 알려진 바로 그 마을이다. 북청군 출신이 서울로 내려와 물장수를 시작했다는 것에서 비롯된 별칭이다.
박 할머니 집안은 명태 덕장을 운영한 덕분에 생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일주일만 있다 다시 올라올게요”라는 말을 하고 떠났다. 이것이 박 할머니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어머니의 손을 놓은 이후 북청에서 100명 남짓이 겨우 탈수 있는 목선(돛단배)을 타고 피난길에 올랐다. 고성, 속초, 부산, 거제도를 거친 한 달간 일정 끝에 포항 구룡포에 정착했다.
당시 박 할머니는 ‘나중에 이북 가서 살려면 이북사람과 결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때 아버지 친구의 소개로 함흥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20살에 결혼했다. 이후 남편이 살고 있던 광주로 무작정 내려와 양동시장에서 의류 장사와 식당을 운영해 4남1녀의 자식을 키웠다.
힘겨운 삶의 주름이 펴지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더 깊어져만 갔다.
북에 있는 어머니와 남동생의 찾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번번이 탈락했다. 탈락에도 모두 살아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버리지 않았다.
박 할머니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10년 전에 정부를 통해 들었다”면서 “아직까지 동생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 생각이 간절했던 박 할머니는 한때 활발하게 진행되던 금강산 관광을 2000년과 2007년에 걸쳐 2차례 다녀왔다.
박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최정상에 올라가 내다본 원산해수욕장의 풍경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고향이 그리운 마음에 악착같이 힘을 내 금강산 정상까지 올라갔었다”고 회상했다.
요즘 박 할머니는 고향과 어머니가 생각날 때 마다 광주시 북구 청옥동 망향동산을 찾는다. 이곳은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이 잠들어 있는 공간이다.
박 할머니는 “실향민 1세대 분들은 대부분 80대 이상 고령자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등이 추진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해 대기중인 광주·전남에 거주하는 이산가족 수는 모두 1365명(광주 546명·전남 819명)이다. 지난 1988년부터 전국에 등록돼 있는 이산가족 수는 13만1344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7만2762명에 이른다. 생존자는 5만8685명에 불과하다.
/김한영기자 young@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