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선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이는 세계 평화나 선수의 안전 및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시설과 관중 수준과도 관련이 있으며, 올림픽을 통해 세계인들이 각국 문화를 접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올림픽이 선수들 기량을 다투는 행위뿐만 아니라 문화가 창출되고 우정을 나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수준이 여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하게 되는 나라가 된다. 이런 나라는 8개국 정도이고 역대 12개국만이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부단한 자부심을 느낄 뿐만이 아니라 우리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분단을 넘어 평화와 우정을 나누게 되는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은 오는 9일 개막식과 함께 25일까지 17일간 강원도 평창과 강릉 등지에서 열린다. 동계올림픽은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처음 열린 이래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동·하계가 따로 열리고 있다.

더구나 이번 올림픽에서 목표한 대로 4위에 입상한다면 동·하계올림픽, 월드컵에서 4위 안에 입상하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되니 경기력 또한 세계적 수준임이 증명되는 셈이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걱정도 상당하다. 기우이겠지만 국민적 관심이 아직은 저조한 편이다. 스포츠 수준은 국민 수준과 비례한다. 우리만의 촛불 문화와 같은 결집된 스포츠 문화의 수준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올림픽이 비록 도시 단위에서 개최되지만 결코 평창만의 대회가 아니다. ‘88 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결같은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특별한 관심이 쏠리는 대회이다.

첫째는 북한의 대회 참가다. 최근 북핵 문제로 인해 국제 정세가 소용돌이 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참가는 최대의 관심사였다. 몇 년 사이 남북 대화의 단절로 인해 민족 동질성 회복의 기회는 뒷걸음질 쳤다.

남북이 얼어붙어 강대국들의 이해가 충돌하고 동북아 정세가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북한 선수단 참가는 선수들의 불안을 일거에 잠재웠다. 또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그 모든 불확실성을 확실히 제거했다.

두 번째는 도핑(금지 약물 복용) 문제이다.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이 북한의 올림픽 참여 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도핑은 스포츠 윤리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도핑은 정당한 훈련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키지 않고 약물을 통해 근육의 부피를 늘리고 체중을 조절한다.

특히 인간의 귀중한 생명을 단축시킬 위험이 크다. 손쉬운 방법으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를 막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선 거의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도핑 테스트를 실시한다.

세 번째는 여자 아이스하키의 단일팀 문제다. 스포츠의 상업화와 정치화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모든 선수나 팀은 경기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다른 팀보다 엔트리를 늘린다거나 특별한 선수를 위해서 정당하게 훈련한 선수들이 배제돼선 안 된다. 스포츠에서 ‘예외’란, 규칙을 무시하는 반칙 행위다.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남북한이 공동으로 입장하고 단일팀을 구성해 하나됨을 세계에 과시하는 것은 역사적 가치가 있다. 평화 통일에 대한 기대를 온 세계에 표방하는 계제다.

88 서울올림픽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렸고, 2002 한일월드컵이 대한민국의 문화적 수준을 알렸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스포츠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촉매제라는 것을 알리게 될 것이다. 체육인으로서 광주에서도 동계 스포츠 스타가 탄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