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확정됐지만 지금까지의 진행과정을 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무엇보다 북한은 4일 열기로 했던 금강산 남북합동문화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북측은 “남측 언론들이 평창 올림픽과 관련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 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론 책임론을 제기했다.

우리의 언론을 길들이기라는 분석도 있지만, 한편으론 공연장인 금강산문화회관 시설 노후화를 비롯한 준비 부족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또한 여의치 않은 전력 공급 사정 등도 행사 취소의 원인일 수도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북한은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 때 “판문점을 통해 예술단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8일 만에 경의선 육로로 경로를 변경하기도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북한의 ‘일방통행’ 식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갈수록 노골화, 반복화 하고 있어 향후 우리의 대북 협상 전략을 어렵게 한다.

사실 북한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수다. 언뜻 보기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언제나 주변에 있었다는 것이다. 남한은 6·25 전쟁 이후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불신과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다. 여기에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중적 관계에 놓여 있다.

북한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군사적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협상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때에 북한의 군사협상에 관한 문제를 다룬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송원대 국방경찰학과 이성춘 교수가 펴낸 ‘김정은 시대 북한의 대남 군사협상 전략’은 북한의 전략문화와 연계해 향후 군사협상 전략을 전망한다.

육군본부 정책홍보실과 국방부 정책실에서 근무했던 경험, 동국대 대학원에서 군사협상 분야 최초 북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답게 새로운 시각과 방법이 제시돼 있다.

저자는 북한의 군사협상 핵심사항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특징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항일유격대식 협상모델’이다. 즉 북한의 협상관과 협상문화는 항일유격대 시절의 담판틀 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김일성이 ‘오의성과의 담판’시 사전에 유격대 내부적으로 격한 토론을 통하여 제일 먼저 담판에 대한 인식을 결정한 다음 협상문화를 배경으로 하여 협상전략과 전술을 결정하였다. 즉 이것은 ‘협상관’을 결정한 다음 협상문화에 근거하여 협상전략과 협상전술을 결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저자는북한의 군사 협상전술은 ‘항일유격대식 협상모델’의 협상전술과 동일하게 진행됐다고 본다. 특히 “군사협상의 준비단계, 초기단계, 중간단계, 최종 및 이행단계 등에서 협상단계별로 나타나고 있는 협상전술이 ‘항일유격대식 협상모델’인 ‘오의성과의 담판’, ‘고이허와의 담판’을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경험은 상대적으로 약소국가들이 예측불허의 전술을 구사해, 협상우위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군사 협상행태를 예측해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선인·3만3000원〉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