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서는 남성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여자·외국인·노예는 배제됐다. 고대 로마에서도 여자와 노예는 시민의 권리를 누릴 수 없었다.

로마 시민의 범위는 전쟁에서 공을 세운 외국인이나 로마에 공헌한 도시의 주민, 그리고 시민권을 살 수 있는 부유층까지 포함됐다. 이들은 정치 참여는 물론 사상·재산·신앙의 자유가 보장됐으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황제에게 직접 항소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왕과 봉건 귀족에게 권력이 집중됐던 시기가 지나고, 17세기 후반 영국의 청교도혁명을 시작으로 미국 독립혁명·프랑스혁명·독일 3월 혁명 등을 거치면서 상인·자본가를 중심으로 한 시민 세력은 좀 더 견고해졌다. 도시 빈민이나 노동자·농민 등에게까지 시민 자격이 주어지는 데는 그 후로도 상당 기간이 소요됐다.

우리나라에서 시민의 정치 참여는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됐다. 세금을 일정 수준 이상 납부하는 사람, 즉 극히 제한된 부유층만이 시민으로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졌다. 광주에서도 면협의회, 읍회, 부회 등 대의 기구가 구성됐지만, 대표성은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1948년 헌법 제41조와 67조에 보통 선거제를 명문화하면서 누구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최근 들어 시민을 단순히 ‘선거권을 가진 주민’이라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닌, 국가·도시·마을의 정치·행정 등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적극적인 의미로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4월 혁명,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 촛불 집회로 이어지는 민주화 운동의 근저에는 이 같은 ‘적극적인’ 시민이 있었을 것이다.

‘생활 속의 민주화’가 요구되고 있는 요즘엔 시민의 역할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다. 때마침 광주환경운동연합이 도시 행정에 있어서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는 시 산하 위원회를 감시할 ‘광주 도시지기’를 구성해 공공성·공익 등을 기준으로 문제 제기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한다. 그들이 ‘시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광주를 바꿔 나가는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chad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