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과학계는 ‘불가능하다’라는 분명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카오스 이론’과 양자역학에 나오는 ‘불확정성의 원리’로 설명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카오스’(Chaos)는 초기 조건이 최종 결과에 극도로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을 말한다. 흔히 ‘나비 효과’로 설명되는데, 베이징 하늘을 나는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바다 건너 뉴욕에선 거대한 태풍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물론 나비의 날갯짓은 뉴욕에서 태풍을 발생시킨 무수한 초기 조건의 하나일 뿐이지만, 카오스 이론을 뒤집어 생각하면 ‘특정 사건의 초기 조건을 모두 알 수 있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베이징 나비의 날갯짓, 서울 직장인의 재채기 등 다양하고 필수적인 초기 조건만 확실히 알 수 있다면 뉴욕의 태풍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인공 지능까지 등장한 지금, 아무리 미세하고 많은 초기 조건이라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할 터다.

한데 현대 과학은 왜 ‘초기 조건을 완벽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을까. 초기 조건을 처음부터 완벽히 파악하려면 나비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의 위치와 속도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양자역학에 기반한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특정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초기 조건에 대한 완벽한 파악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미래 예측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요즘 국민의당 분당 사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누구도 미래를 예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는 카오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2016년 4월 총선 결과 호남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 낸 국민의당이 20개월 만에 5%의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며 파탄(破綻)의 위기에 직면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무수한 초기 조건들이 현재의 국민의당 분당 사태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미래는 알 수 없다지만 ‘호남의 민심을 살피지 못한 것’이 나비의 날갯짓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