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가 보여드리는 우유는 전국에서 단 한곳에서만 생산하는 유기농 목초 우유입니다. 다른 업체와는 다르게 100% 목초만 먹인 소가 만들어낸 우유예요. 특히 오늘 준비한 생유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데 업체를 통해 특별히 구했습니다.”

케이크, 마카롱 등 다양한 디저트가 현대인들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은 요즘 분자요리(음식의 질감 및 요리과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롭게 변형시키거나 매우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창조하는 것)를 응용해 만든 이색 디저트의 요리과정을 관람하고 맛볼 수 있는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17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 문화창조원 로비에는 조그마한 테이블로 만든 키친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요리를 하는 유병서 작가의 말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유 작가는 요리사는 아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상이론을 전공한 그는 다양한 영상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트 서바이벌 TV 프로그램 ‘아트 스타 코리아’의 파이널까지 올랐다. 현재 ACC가 운영중인 ‘ACT창제작센터 오픈랩(Open LAB) 프로그램’에도 참여중인 그는 평소 관심이 많은 요리를 주제로 ‘커먼키친 스윗스팟(Sweet Spot)’ 행사를 준비했다. 유 작가는 전당 공간을 옮겨다니는 이동식 주방 퍼포밍을 선보이며 요리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20일까지 오후 4시∼6시 ACC 문화창조원 로비와 라이브러리파크 라운지에서 열린다.

유 작가는 “저만의 요리경험과 음식에 관한 철학을 다양한 관객들과 나누며 소통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음식에 대해 무엇이 궁금한지 듣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기회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커먼키친 스윗스팟’에서는 방탄커피부터 그릭요거트 등 이색 디저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자리에서 보고 직접 맛도 볼 수도 있다.

이 날 행사에서 유 작가는 ‘방탄 다이어트’로 알려진 데이브 아스프리와 인기 다큐멘터리 연작인 ‘요리를 욕망하다’의 주인공 마이클 폴란 교수의 레시피를 선보였다. 또 분자요리를 응용해 만든 방탄커피 아포가토, 호밀 빵, 올리브 오일 샤베트 등과 같은 음식을 조리해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유 작가는 “데이브 아스프리의 책 ‘최강의 식사’를 보고 책에 나온 다이어트 식단이 구현가능한지 궁금했다”며 “그래서 오염되지 않은 원두로 만든 커피에 올리브오일과 무염 버터를 넣고 핸드믹서로 갈아 만든 방탄커피를 직접 시연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요리를 욕망하다’는 각 회마다 불, 물, 공기, 흙이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다양한 요리의 조리법을 소개하고 우리가 접하는 음식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다큐를 보면 빵은 오직 물과 소금, 밀가루로만 만들어야 합니다.”

이날 행사에는 30여 명이 훌쩍 넘는 시민들이 방문했지만 선착순으로 참여한 28명만이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이 날 행사에 참여한 양예리(여·29)씨는 “특이하고 생소한 음식과 요리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렇게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은재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