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이산가족 상봉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대부분이 고령인 탓에 시간이 갈수록 북녘에 있는 가족을 만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기다리는 마음도 타들어가고 있다.

18일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광주·전남의 이산가족 등록자 수는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최근 5년(2013∼2017년)동안 광주·전남지역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701명 중 19.3%인 329명이 꿈에 그리던 가족과의 만남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해 대기중인 광주·전남지역의 대기자 수는 모두 1372명(광주 547명·전남 825명)이다. 지난 1988년부터 전국에 등록돼 있는 이산가족 수는 13만1344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7만2307명에 이른다. 생존자는 5만9037명에 불과하다.

특히 생존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90세 이상 1만1183명(18.9%) ▲80∼89세 2만5266명(42.8%) ▲70∼79세 1만3761명(23.3%) ▲60∼69세 5093명(8.7%) ▲59세 이하 3734명(6.3%)로, 80세 이상이 전체 생존자의 절반이 넘는 61.7%에 이르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1985년 9월 남북이 고향방문단을 교환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21차례의 대면상봉으로 4185가족, 1만9928명이 재회했다. 또 7차례의 화상상봉으로 577가족, 3748명이 헤어진 가족의 생사를 확인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마지막으로 남북 간의 이산가족 교류는 끊긴 상태다.

평안남도 대동면 출신 명상엽(87·광주시 서구 양동) 이북5도연합회장은 “올해 벌써 내 나이가 87살인데 건강도 좋지 않다”며 “죽기 전에 꼭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 정부에서 하루 빨리 이산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관계자도 “광주·전남지역 이산가족 신청자들의 고령화가 심각해져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며 “최근 어르신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좋은 결과가 꼭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이산가족의 만남을 위해 20억원을 들여 설치한 ‘화상상봉 시스템’이 지난 2007년 이후 사용하지 않는 등 현재 대부분의 장비가 노후화되거나 장비불능으로 교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한영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