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서는 KIA 선수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을 넘어 비장함이 엿보였다. ‘강심장’으로 통하는 임기영까지 “선발 등판날보다 떨린다”며 숨을 골랐다. KIA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체력테스트’였다 .

비활동기간인 12월과 1월에도 부지런히 훈련을 해왔던 선수들의 1차 목표는 체력테스트 통과였다. 체지방율, 근육량 등을 측정하는 인바디 검사와 함께 4㎞ 달리기를 해야 하는 일정.

2015, 2016년 두 차례 체력테스트가 진행됐지만 지난해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그러나 KIA는 우승 뒤 새 마음가짐으로 새 출발하기 위해 이번 시즌 첫 일정을 체력테스트로 잡았다.

오전 챔피언스필드에서 인바디 검사를 끝낸 선수들은 구단 버스를 나눠 타고 4㎞ 무대인 광주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했다.

부상 방지를 위해 가볍게 경기장을 뛰며 몸을 푼 선수들은 50m 전력 질주를 위해 늘어섰다. 50m 기록을 측정한 뒤 본경기인 4㎞가 시작됐다.

28세 이상의 고참급 선수들이 먼저 출발선에 섰다.

앞선 체력테스트와 마찬가지로 심동섭이 초반 질주를 주도했다. 하지만 심동섭의 1위 질주는 이번에도 얼마 가지 못했다.

첫 그룹에서는 ‘이적생’ 유민상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첫 바퀴부터 마지막 바퀴까지 유민상은 똑같은 페이스로 달리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최하위조를 한참 추월하면서 한 바퀴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18분 만에 4㎞ 질주를 끝낸 유민상은 “같은 페이스로 달렸는데 다른 선수들이 알아서 처지더라(웃음). 새 팀에서 첫 일정인데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유승안 경찰청 감독)를 따라 다니느라 전학도 많이 하고, 팀을 많이 옮겨서 적응은 잘한다. 경찰청에서 함께 했던 선수들도 많다”며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겠다. 오늘도 그 시작이라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개인 차를 반영, 2∼3바퀴를 덜 돌게 하는 등 첫 그룹의 질주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출발 소리를 놓쳐서 사람들의 웃음 속에 뒤늦게 출발했던 나지완과 “장거리에 약하다.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던 안치홍도 “새신랑 운동 열심히 했네”라는 칭찬 속에 체력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신인 선수들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두 번째 그룹의 질주는 더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예비역’ 박정수는 초반부터 선두권에서 달리기 실력을 과시했다. 박정수가 4㎞를 달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17분 06초였다.

박정수는 “원래 달리기는 잘하는 데 그동안 많이 뛰지 못해서 걱정했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좋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달리기를 앞두고 “소개팅 나가는 것보다 더 떨린다”던 김윤동은 “만족스럽지는 않다. 에너지 드링크 두 캔을 마시고 왔다. 그나마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며칠 잠을 자야겠다”고 체력테스트를 끝낸 소감을 밝혔다.

선수들의 체력을 담당하고 있는 배요한 트레이닝 코치는 “선수들의 개인 차를 두고 결과를 살펴볼 예정이다.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어느 부분에서 선수들이 좋아졌고, 잘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두 그룹에서 각각 유민상과 박정수가 1위로 들어왔는데 이적한 선수들이나 군제대 선수들같이 그동안 살펴보지 못했던 선수들의 몸 상태도 살펴볼 수 있었다”며 “선수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새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