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 있는 일제강점기 대표 유적의 절반 이상이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제강점기 여수를 말한다’의 저자 주철희 박사에 따르면 현재 확인된 전남지역 일제강점기 유적은 일본영사관, 목포부청 사고, 소록도, 여수 마래터널 등 29개다. 일제 유적은 주로 여수(18개), 목포(8개), 해남(2개), 고흥(1개) 등에 남아있다. 그러나 유적 관리 상태는 엉망인 것으로 조사됐다.

목포에 있는 일본영사관이 국가사적 289호로 지정됐고, 목포부청 서고와 마래터널은 문화재로 등록돼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또 한센병환자 격리정책에 따라 조성된 소록도는 소록도병원이 관리하고 있으며, 목포 고하도 목화밭은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해남 옥매광산, 고하도 주정기지 해안동굴, 여수 자산공원 고사포진지, 거문도 불탄봉관측소는 안내판이 설치돼 당시의 아픔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외에 16개 유적은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수지역이 심각했다. 여수에 남아있는 유적 18개 중 마래터널·오포대 등 5개를 제외한 나머지 13개는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강제동원 작업장도 300곳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무총리 산하 강제동원조사위원회가 조사한 ‘전남지역 강제동원 작업장 현황’을 보면 여수 42곳, 나주 37곳, 목포·순천 36곳, 보성 26곳 등 총 364곳에 달했다. 대부분 탄광과 광산 강제동원이었다. 여수와 목포는 군부대 또는 군사시설물 구축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가 많았다.

주 박사는 여수와 목포에 일제강점기 유적이 많은 것은 이들 지역이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군수물자 수송의 기착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시설 및 강제동원 현장과 사료에 대한 체계적 발굴·보존, 교육홍보 방안 마련 등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적지에 대한 안내판 설치는 물론 근대문화유산 등록, 다크 투어리즘(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 활용, 학예사 운영 및 자문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했다.

한편, 전남도의회 우승희 의원(영암1·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회 회의실에서 ‘전남 일제강점기 유적 발굴 및 관리방안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정욱기자 jw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