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천은 어떻게 생겨 먹었는가?/ 비단천인가 아니면 생존권 사수가 빽빽이 적힌 현수막인가?”(‘흔들거려’)

비유가 없는 직선의 시는 단단하면서도 시원시원하다. 미사여구가 없는 간결함은 역설적으로 강한 울림을 준다.

오랜만에 ‘쉬운 시집’이 발간됐다. 형이상학적이고 난해한 시들이 범람하는 작금에, 비틀지 않는 간결한 시는 오히려 진한 여운을 준다,

‘노동자 시인’ 양기창 씨가 펴낸 첫 시집 ‘불사조 사랑’(문학들)은 선언적이면서도 간명하다. 노동 현장에서 체험과 땀방울을 엮어 길어 올린 작품은 현장에서 느낀 사람과의 관계, 주변 이야기, 역사에 대한 단상 등 다양한 소재들로 이뤄져 있다.

시인은 시 쓰는 일을 “나의 절박함을 알아주라는 투정”이자 “더 나은 세상을 바꿔 보자 하는” 행위로 이해한다. 현란한 수사의 시들이 자칫 현실의 문제를 왜곡하거나 덮어버릴 가능성을 경계한다.

모두 50여 편의 시들은 핍진한 삶의 현장과 곡절의 역사에 닿아 있다. 삶의 고비, 역사의 고비마다 스스로를 희생하는 힘이 삶을 지탱하고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는 믿음과 무관치 않다.

‘작살나무 사랑’이라는 작품에는 제주 4·3으로 쓰러지고 사라져간 “기가 막히고 억이 막힌 영혼들”의 숨결이 배어 있으며, ‘출사’라는 시를 통해서는 “사월의 역사와 함께 온갖 감각기관을 때리는 파도”를 만나게 된다.

한편 나주 출신인 양기창 시인은 지난 2014년 ‘작가’지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그동안 광주청년문학회, 노동자문예연구회, 광주노동자문학회 등에서 활동해왔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