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광주시 남구청 7층 남자 화장실에서 한바탕 소동이 났다. 누군가 버린 뭉텅이 휴지 때문에 변기가 막히면서 변기의 물이 역류해 화장실 바닥으로 넘쳐 흐른 것이다.

화장실을 찾은 시민들은 경악했고 바닥을 보지 못한 일부 시민은 이물질을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이때 흘러내린 물과 이물질에서는 심한 악취까지 풍겼다.

광주의 다른 자치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화장실의 변기 옆 휴지통을 없앤 후 변기가 막히고 넘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막힌 변기에서는 생리대부터 스타킹, 물에 잘 녹지 않는 페이퍼 타올, 물티슈, 담배꽁초는 물론 기저귀 등 각종 이물질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용변을 닦은 화장지 등 각종 쓰레기를 변기주변 바닥에 버리고 가는 경우도 많다는 게 화장실 청소원들의 하소연이다.

광주 남구 관계자는 “휴지통을 없앤 이후 구청 내 화장실의 변기가 층별(5층∼9층)로 하루 2차례 정도 막히고 있다”면서 “화장실을 청소하는 직원들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광주시와 5개 자치구 등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부터 대변기 칸막이 안에 휴지통을 두지 않도록 했다. 휴지통을 없애 악취나 해충 발생을 방지,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서다.

광주 각 구청은 시행령에 따라 여자 화장실에는 위생용품수거함을 별도로 설치했다. 남자 화장실에도 세면대 옆 등에 일반 휴지 등을 버릴 수 있는 휴지통을 배치했다.

이런 조치는 각 구에 등록된 공중화장실에 모두 적용됐다. 화장실은 ▲광산구 90곳 ▲북구 64곳 ▲서구 50곳 ▲동구 21곳 ▲남구 17곳 등 242곳에 이른다.

하지만, 광주지역 공공화장실의 변기 옆 휴지통이 사라진 이후 변기가 막히고 화장실 바닥에는 쓰레기가 넘쳐나면서 화장실 이용객은 물론 청소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이용객들이 이물질을 변기 안으로 투척하거나 각종 쓰레기를 변기가 아닌 화장실 바닥에 그냥 버리고 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자치구에서는 일부 시민의 실종된 시민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변기 옆 휴지통 없는 공공화장실’ 이용 에티켓 등을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오래된 공중화장실의 경우 배관이 노후한 데다 관의 지름도 얇아 약한 수압 등으로 변기 막힘 현상이 더 심각해 단계적인 배관교체 등 개선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광주시는 변기 막힘 현상을 막기 위해 물에 잘 녹는 고급형 화장지까지 배치했지만, 이마저도 변기 등을 닦는다며 많은 양의 휴지를 사용하고 버리는 바람에 변기 막힘의 주범이 되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미관상 좋지 않고, 악취나 해충 등이 발생하기도 해 위생 관리 차원에서 변기 옆 휴지통을 없앴지만 하루 2건 이상 변기가 막히고 있다”며 “공공화장실이 자신의 집 화장실이라는 생각으로, 깨끗한 화장실 문화 정착에 협조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화장실 변기 옆 휴지통 배치는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개최 당시 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급격하게 개선하는 과정에서 신문지나 품질이 나쁜 휴지사용 등에 따른 하수관 막힘을 예방하기 위해 임시조치로 이뤄진 게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김한영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