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개헌·정개특위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한 가운데 국회 헌법개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어제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3월 중에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특위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개헌 문제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처리할 경우 곁다리 투표가 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한다. 이와는 달리 국민의당은 어제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을 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안철수 대표는 국회와 국민이 주도하는 개헌이 필수라며 청와대 주도 개헌을 경계하면서도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한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정치권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헌의 틀로 들어가면 여야는 정부형태나 선거구제 개편 등에서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개헌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어제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국회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헌법 개정안조차 발의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밥값 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강하게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의장은 “대통령이 나설 필요가 없도록 국회가 개헌 논의를 완결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정치 형태는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이 집중된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데다 지방 분권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 말하자면 지금은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진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인 것이다. 따라서 여야는 당리당략의 울타리를 벗어나 대국적인 견지에서 국가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