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자금을 시중은행 정기예금으로만 굴리던 직장인 김정미(46)씨는 지역농협에 정기예금을 알아보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시중은행 예금금리도 2%대가 나오긴 했지만 보다 이율이 높고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서다. 김씨는 “마침 정기예금에 넣어뒀던 1억원의 만기가 돌아와 예금자보호 한도(원리금 5000만원) 내에서 여유자금을 지역농협과 저축은행 두 세 군데에 분산 예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전통의 투자 상품인 예·적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상대적으로 고금리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유치에 나서는가 하면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에서도 각종 특판상품을 출시하며 금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22일 별도의 우대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연 2.1%의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투게더 더드림 정기예금’을 내놨다. 개인 고객이 영업점에서만 가입할 수 있고 기한도 연말까지로 5영업일만 판매했는데 4거래일만에 5000억원 한도가 모두 팔렸다.

SC제일은행의 공동구매 정기예금 상품은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상품이다. 상품 가입자가 많을수록 금리가 올라가는 공동구매 상품인데 지난 12월에 실시한 공동구매 6차 상품은 8영업일 만에 모집금액 650억원을 돌파해 참여한 고객 전원이 연 2.3%의 금리를 받았다. SC제일은행은 최근 7차 모집을 시작했으며 이달 30일까지 500억원 이상이 모이면 연 2.3%의 금리가 확정된다.

통상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들도 고금리 상품들을 내놓고 ‘가입자 모시기’에 열중하고 있다.

저축은행 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저축은행들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2.43%다. 1년 전(2.06%)과 비교해 0.37%포인트 올랐다.

적금 상품도 다양하게 나와 각종 조건을 맞추면 연 4%가 넘는 적금 상품도 찾아볼 수 있다. 또 최근에는 현금 이자 외에도 인터넷 쇼핑몰 할인 쿠폰이나 음원 사용권 등을 이자로 주는 상품도 많아 졌다.

농·수협 지역조합이나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 회사들의 예금 가입도 늘고 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은 이자수익에 대해 15.4%(이자소득세 14%농어촌특별세 1.4%)의 세금을 내야하나 이 같은 지역조합의 예금상품은 1인당 투자금 3000만원까지는 이자수익에 1.4%의 농어촌특별세만 부과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00만원을 가지고 연 2.3% 금리를 주는 상호금융 상품에 투자한다면 1년 뒤 이자소득 23만원에서 3220원(23만원×1.4%)만 세금으로 내고 22만6780원을 가져갈 수 있다. 이는 저축은행이나 시중은행에서 연 2.7%의 예금상품에 가입해 세금 4만1580원(27만원×15.4%)을 제하고 받는 실수령 이자(22만8420원)와 비슷하다.

이처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상호금융에 들어오는 돈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상호금융 회사의 수신액은 489조335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1월 말에는 529조5600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후 은행권이 예적금 금리를 연이어 올리고 있는 가운데 가입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