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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의 세상만사] ‘알아두면 쓸데없는’ 몇 가지 이야기

2018. 01.12. 00:00:00

어느 날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사람은 안다니(무엇이든지 잘 아는 체하는 사람)요 또 한 사람은 무지렁이(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에 가깝다.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뜻밖에도 먼저 무지렁이가 말문을 연다.
“전라도란 말이 ‘전주’허고 ‘나주’의 앞 글자럴 따갖고 맹글었담서?”
“아따, 자네 유식해부네잉∼ 어치케 그렁것까지 알아뿌렀당가?”
“아이고, 사람 무시허지 말더라고. 나도 알 것은 다 안당께. 얼매 전에 광주일보 신문에도 났등만”
“워매, 인자 자네가 신문도 보능갑네. 쓰겄네, 쓰겄어.”
“근디 어째서 전주허고 광주가 아니라 전주허고 나주당가?”
“아, 고때만 혀도 광주가 나주보다 훨썩 쬐깐한 고을이였던개비여. 긍께 전광도가 아니라 전라도가 된 거시제”
“아, 그라게 되는 거시로구먼. 근디 광주가 더 쬐깐한 골이었다는 고때락 허믄, 은제쩍을 말허는 거시여?”
“어. 책에서 봉께 고것이 고려 때라고 허등만. 고려 헌종 9년 그라니께 1018년인디, 지검으로부터 딱 1000년 전이제. 그라고, 갱상도란 명칭은 쪼까 더 세월이 지나갖고 고려 충숙왕(1314년) 때 생겼다는구먼. 말이 나왔응께 말이지만 자네, 갱상도란 말언 어치코롬 혀서 생긴 말인지 안가?”
“글씨, 자네넌 가방끈이 긴께 잘 알겄지만 내사 고것까징 어치케 알겄능가”
“그려, 그랄줄 알았네. 바람 불 때 노 젓어불더라고 기왕지사 이러코롬 됐응께 내 다 말혀 줌세. 귀때기 쫑긋허고 잘 들어보소잉∼”
“거참, 띰 딜이지 말고 얼릉 싸게싸게 말해블드라고.”

전라도 천년 그리고 새 천년

“갱상도, 그라니께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의 앞 글자럴 따갖고 맹근 말이고,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 평안도는 평양과 안주, 황해도는 황주와 해주, 함경도는 함흥과 경성…. 아이고 숨차다 숨차. 워매 숨찬거.”
“아따, 머 그리 급헌 일도 없응께 쉬어감시로 찬찬히 말얼 허소. 근디 조선8도 중에 한나가 빠징 것 같은디 참, 갱기도는 어치께 되는 거시여?”
“응. 고것은 쪼까 어렵제. 경기도의 ‘경’이 서울 경(京) 자라는 것이사 자네도 짐작헐 티고, 고 다음에 요 ‘기’(畿)란 놈이 솔찬히 복잡한디. 시대로 말허자믄 당나라 때까지 거실러 올라강께로. 하여튼간에 옛날옛적엔 왕궁 주밴의 땅을 경현(京縣)과 기현(畿縣)이라고 혔다는디, 거그서 유래돼 갖고 오날날로 말허자믄 ‘기’(畿)가 ‘서울 주변의 지역’을 갈키는 말이 되야분 거시제. 일본에서도 왕이 머물던 교토(京都) 일대럴 기나이(畿內)라 허고 그 바까테는 긴키(近畿)라 불른다고 안 허등가.”
“아따, 오늘 봉께 자네 참말로 유식해부네. 그래밨자 모다 ‘알쓸신잡’이라고 혀서 알아두먼 씰데없는 것이긴 허지만 말이여.”
“팔도강산 좋을씨구 딸 찾아 백 리 길∼”
“아니, 갑작시럽게 먼 노래럴 부르고 지랄이당가?”
“어. 팔도 지명얼 말허다봉께 문덕, 팔도강산이란 노래가 생각이 나서 한번 불러본 거시제. 자네는 어린께 잘 모르겄지만 요 노래가 60년대에 최희준이가 불러갖고 허벌나게 히트해부렀던, 김희갑이 나오는 영화 ‘팔도강산’ 주제가였거등.”
“60년대먼 자네 태어나도 안혔겄구먼, 염뱅하고 자빠졌네.”
“아따, 근다고 고로코롬 험헌 소리럴 허먼 쓴당가. 그나저나 전라도란 이럼이 맹글어진 지 올해로 1000년이라는디 우리 전라도 사람덜은 은제나 한번 잘살아 보까잉∼”
“아이고, 잘사넌 것은 냅두고 모다들 깔보지나 안혔으먼 좋겄구먼. 거 일베놈덜 쫌 봐보소. 호랭이가 물어갈 넘들.”
“맞어. 그넘덜이사 꺼떡허먼 전라도 사람덜을 홍애라고 비하허는 넘덜 아닝가. 하기는 5·18 때 시민군덜얼 간첩이라고 허무맹랑헌 주장얼 허는 넘덜도 있응께. 복창터질 일이제.”
“긍께 말이여. 우리 전라도맹큼 산수 좋고 인심 좋은 디도 없을 것인디.”
“암언. 당연헌 말씸이제. 자네 풍전세류(風前細柳)란 말 들어봤능가? 야들야들 바람 앞에 하늘거리는 버드낭구, 삼봉 정도전이 전라도사람덜얼 가리켜서 헌 말일세. 그 버드낭구맹키로 전라도사람덜언 상냥허고 붙임성 있고 보드랍고 멋시럽고 풍류럴 질길 줄 아는데다 손님덜얼 후하게 대접허는 친절미가 있다는 거시제.”

의향도 좋지만 이젠 부향으로

“아따, 되게 유식헌체끼 했쌌네. 근디 거 버드낭구 이야그는 나도 들어봤는디, 바람 앞에 흔들리데끼 줏대 없고 비겁헌 사람들이라고 해쌌등만, 먼 말이 확 달라부네잉.”
“고거야 때레죽여도 시언찮을 넘덜이 전라도 사람덜을 폄하허믄서 허넌 말이제. 억장이 무너질 일이여. 허긴 그동안 전라도 사람덜 맬갑시 욕 묵어온 세월이 한두 해였시야 말이제. 멀찌감치 올라가먼 1959년 조영암의 ‘하와이 근성 시비’에다, 그라고 또 1979년 오영수는 머라 했등가. ‘전라도 사람들 표리부동 신의가 없다. 입속 것을 옮겨줄데끼 사귀다가도 헤어질 때는 배신을 한다’.”
“아이고 딛기만 혀도 열불 나부네”
“그라고 또 이승만부터 시작혀서 역대 독재정권덜이 모다 일부러 지역감정얼 조장함시롱 전라도럴 희생양으로 삼었는디 참말로 생각혀 보믄 그동안 서럽디 서런 세월이었제.”
“근다고 혀서 한허고 한탄만 허고 있으면 쓰껏인가? 먼가 대책이 있어야 헐 것 아니여?”
“응, 글 안해도 광주시와 전남도가 밸 생각얼 다 허고 있다고 허대. 지금언 행팬없이 쪼그라들어 부렀지만 옛날 화레했든 전라도 전성시대럴 되찾을라고, 있넌 머리 읎는 머리 다 짜냄시로 욕보고 있을 것잉만. 아, 그 양반덜이 비멘히 알아서 할라등가. 자네넌 가만히 끼대안거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묵소.”
“아 참. 그라고 아까부텅 물어볼라고 혔는디, 이럼이 생긴 지 1000년이 되야분 디는 전라도배끼 없당가?”
“아니제. 갱기도에서도 올해 ‘경기 천년의 해’ 행사럴 준비하너라고 바쁘다등만.”
“아, 그라믄 그짝에서는 멋얼 허고 있능가 한번 딜여다봄시롱 아이디어럴 공유허는 것도 좋을 것 같은디….”
“그려. 고로코롬 혀야 헐 것잉만. 그라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인자 포도시 200년이 되얐다는디, 전라도 1000년이먼 얼매나 자랑시러운가? 우리 모다 힘얼 합쳐 갖고 앞으로 떵떵거림시로 잘사넌 전라도 한번 맹글어 보드라고. 의향(義鄕)이네 예향(藝鄕)이네 미향(味鄕)이네 해쌌지만 고것이사 다 우리덜끼리만 떠드는 이야그고, 놈들헌티 인정받고 우리도 기 한번 피고 살라먼은 부향(富鄕) 전라도럴 맹글어야 허지 않겄능가? 그랄라믄 6월 선거에서도 잘 개레갖고 깜냥이 되넌 시장이나 도지사럴 뽑아야 헐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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