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한도가 2배로 늘어난 ‘개정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첫 설을 맞는 전남지역 농축수산 업계는 설 특수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난해 설·추석을 모두 망친 터라 더욱 간절하다.

하지만 한우·굴비 농가는 기대반 우려반이다. 원재료 상승과 수입산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 설에 그들도 웃음꽃을 피울 수 있을까.

11일 전남도와 전남지역 농축수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농축수산물의 선물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으로 청탁금지법이 개정됐다.

개정 이후 첫 설을 맞는 전남지역 농축수산업계는 대체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한우 농가는 조금 아쉽다는 반응이다. 생산비용 상승에 따라 ‘10만원 선물세트’도 빈약할 수 밖에 없어서다. 자칫 수입육만 배불릴 우려도 있다는 우려다.

안규상 한우협회 전남지회장은 “한우 등심은 산지 축협에서 1근(600g)에 5만원이다. 1근이면 볼품 없어 선물을 할 수 없다. 다행히 선물한도가 10만원으로 올라 2근을 넣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안 지회장은 작년 설·추석 때보다는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백화점 선물세트와 수입육의 매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화점에서 거래되는 한우 등심은 1근에 7만원으로, 10만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수입산 고기 세트를 준비하거나 ‘한우+한돈 세트’를 구성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청탁금지법에는 원산지 규정이 없는 탓에 수입산 판매가 더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했다.

특히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진행되면서 한우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수입산 소고기는 한우 시장의 20% 가량을 잠식했다. 한우협회는 한우 작업률(비중)이 전체 소고기 시장의 51%를 차지했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32%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감소한 19%는 수입육 또는 젖소 등이 잠식했다는 설명이다.

안 지회장은 “상한액 인상 대신, 청탁금지법 선물 규제 대상에서 한우 등 특수성이 있는 농산물은 아예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영광 특산품인 굴비도 설 특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조기 원재료값이 크게 올라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현진(63) 영광굴비협동조합 대표이사는 “설 명절을 앞두고 한도가 10만원으로 상향돼 다행이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걱정이다”면서 “특히 조기 원재료값이 상승해 10만원짜리 상품이 빛을 볼 수 있을 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

/영광=김민석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