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의 열기가 뜨겁다. 개봉 7일 만에 벌써 관람객 400만 명을 돌파했다.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영화가 흥행 몰이를 하면서 갖가지 화제도 넘쳐나고 있다.

그중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김경찬(48) 작가도 포함된다. 그는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이다. “그해 6월 저는 전대사대부고에 다녔는데, 전남대에서 시위를 하는 대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으로 도망쳐 왔어요. 전경들이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봤죠. 저도 극중 연희처럼 전남대 신방과에 입학한 후 선배들이 보여 주는 비디오로 5·18 민주항쟁을 접했습니다.”

마트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부당해고 사건을 다룬 영화 ‘카트’의 작가이기도 한 그는 목포MBC에서 15년간 다큐멘터리 PD로 일했다. 그 당시 실제 사건에서 핵심을 추려 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수백 번이나 했다고 한다. 이 경험이 6·10항쟁이라는 거대한 실제 사건을 영화로 옮기는 것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영화는 99% 실화입니다. ‘잘 가그래이.’ 고(故) 박종철 군 아버지가 유골을 뿌릴 때 하는 말,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박처원 치안감이 정보국장을 때리는 장면까지 사실에 근거를 뒀죠. 연희의 존재 빼고는 거의 다 실화입니다.”

한데 ‘연희’라는 1%의 허구가 들어간 이유는 뭘까. 이한열 열사와 박종철 열사라는 중요한 두 인물을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해 보여 줄 만한 장치가 필요했는데 그게 연희였다고 한다. 데뷔작인 ‘아가씨’(감독 박찬욱)로 크게 주목받은 뒤 하정우·김윤석·강동원 등 화려한 출연진 속에 당당히 홍일점으로 합류해 연희를 연기한 김태리의 연기력도 극찬을 받고 있다.

영화는 열사의 죽음에서 시작해 열사의 죽음으로 끝난다. 꽃다운 젊은이들의 죽음에 시민들은 분노했고, 이 분노가 철옹성 같던 군부독재를 무너뜨렸다. 마치 지난해 온 국민이 참여한 촛불집회로 박근혜 정권이 몰락했듯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렸다. 이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제 다시는 또 다른 열사의 출현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다짐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 자신만의 ‘거울’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