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은 영산강 유역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운 고대 왕국이었다. 마한 지역에서는 경상도 지역의 초기 철기시대 유물에 비하여 청동기 유물이 풍부하게 출토되고 있다. 이는 이 시대부터 대두되고 있던 선진적인 정치 집단의 존재를 반영한다.

마한 지역 소국의 대부분은 세형동검문화(細形銅劍文化)를 배경으로 성장한 다수의 정치 집단들이다. 이 지역에서는 기원전 2세기경에 이미 대외적으로 통일된 기능을 발휘하는 세력 구심체가 형성되어, 한(漢)나라와 원거리 통교를 시도하기도 했다.

마한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일제시대인 1917년 나주시 반남면 신촌리 9호분에서 출토된 국보 295호 ‘신촌리 금동관’이다. 얼마 전 학술대회에서는 이 금동관이 백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제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도 고대문화인 영산강유역 ‘마한문화’의 실체 규명과 개발 사업이 본격화된다는 소식이다. 전남도는 최근 마한문화권 개발 자문위원회 자문을 거쳐 영산강유역 마한문화권 개발 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10년 동안 6911억 원을 들여 3단계, 15개 세부사업을 추진한다. 올해는 영암 시종면의 최대 고분인 내동리 쌍무덤과, 한일 고대사와 직접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함평 대동면 금산리 방대형 고분을 집중 조사·발굴한다.

마한은 영산강 유역에서 세력을 떨친 왕국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보전·정비는 물론 연구에도 소홀했다. 중·고교 역사 교과서에도 ‘마한은 4세기 백제 근초고왕 때 복속됐다’고 달랑 한 줄 나올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도가 영산강 마한문화권 개발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번 개발 사업이 역사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잊힌 왕국 마한의 역사를 제대로 복원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