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무등산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건물이나 장소는 그리 흔치 않다. 도심은 물론이고 외곽 지역에서도 무분별하게 들어선 고층 건물이 무등산을 가린다. 광주시가 아파트로 뒤덮인 도시 경관을 바꾸기 위해, 저층 건물 건축 시에도 경관 심의를 하는 초강경 대책을 발표했다.

시가 최근 발표·고시한 ‘2030 광주시 경관 계획’은 영산강과 도시조망 축을 기준으로 한 ‘2개의 경관 축’, 도시 역사 문화 구역과 생태 역사 문화 구역을 중심으로 한 ‘2개의 경관거점’, 무등산 자락 및 도심 녹지 하천·농촌 경관 위주의 ‘8개 경관권역’, 중심도로 주변의 ‘7개 연도경관지구’ 등을 지정해 해당 거점별 맞춤형 경관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경관 계획의 핵심은 ‘중점 경관 관리구역’의 지정인데, 이 구역에 대한 관리 여부가 ‘2030 경관 계획’의 성패와 직결된다. 중점 경관 관리구역은 무등산 주변(3.87㎢), 영산강 주변(39.38㎢), 송정역세권 주변(0.22㎢),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1.56㎢) 등 광주의 문화와 생태계의 핵심이다. 이 구역에서는 3∼5층짜리 건물을 짓더라도 경관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광주시가 경관 계획을 세운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에 ‘2020 경관 계획’, 2014년 ‘2025 경관 계획’ 등 두 차례 계획을 세웠지만 실효성이 없어 사문화된 상태다.

도시의 경쟁력은 경관에서 결정된다. 광주시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도시라는 상징성과 무등산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돋보이게 할 경관을 갖춰야 한다. 이제 계획은 마련됐다. 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허사다. 실제로 아파트 건설과 건축허가·도시개발 등의 경우, 경관 계획에 따라 의무적으로 심의를 받도록 하는 조례·지침의 제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