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백제의 땅으로, 〈중략〉 성종 14년(995)에 전주·영주(瀛州)·순주(淳州)·마주(馬州) 등의 주현으로 강남도(江南道)를, 나주(羅州)·광주(光州)·정주(靜州)·승주(昇州)·패주(貝州)·담주(潭州)·낭주(朗州) 등의 주현으로 해양도(海陽道)를 삼았다. 현종 9년(1018)에 합쳐서 전라도로 하였다. 관할하는 목(牧)이 2개, 부(府)가 2개, 군(郡)이 18개, 현(縣)이 82개이다.”

1449년(세종 31)에 편찬하기 시작해 1451년(문종 1)에 완성된 ‘고려사’에 등장한 전라도에 대한 설명이다.

전국팔도인 전라도,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함경도, 황해도, 평안도 가운데 전라도는 1018년에 탄생, 가장 오랜 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후 경상도(1314년), 충청도(1356년), 강원도(1395년), 평안도(1413년), 경기도(1414년), 황해도(1417년), 함경도(1509년) 등의 순이다.

새로운 천년을 준비해야 하는 전라도 앞에 남아 있는 과제들은 여전히 버겁다. 인구 유출과 고령화는 속도를 더하고 있으며, 산업구조 역시 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상대적인 박탈감은 여전하다. 여러 가지 통계에서 전라도가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작아지고 있는데, 그 안에서의 경쟁은 심해지고 있다. 소지역주의에 힘이 실리면서 예전과 같은 전라도의 끈끈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전라도는 1896년 8월 4일에 이르러 칙령 제36호로 ‘13도제’가 도입되면서 노령산맥을 기준으로 북도와 남도로 양분됐다. 근대적인 행정구역이 처음 설정된 것이다. 인위적인 구역 나눔은 1906년 전남 소관이었던 흥덕·고창·무장 등 3개 군이 전북, 전북 소관인 구례군이 전남으로 각각 바뀌면서 완성됐다.

전라도가 2개로 나뉜 뒤 최근 들어 그 울타리는 높아지고, 연대의 구심력은 상실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5+2광역경제권을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지역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주, 전남, 전북 역시 서로 다른 길을 달렸다. 광주시장·전남지사·전북지사가 모여 전라도를 고민하는 장이었던 호남권정책협의회가 지난 2008년 중단되기까지 했다.

호남권정책협의회가 재개된 것은 지난 2014년 10월이다.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지사(현 국무총리), 송하진 전북지사가 6년 만에 손을 맞잡으면서 정도 천년 사업을 함께 기획하고 주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안이 겹칠 수밖에 없는 전라도의 여건을 감안하면, 협의회의 논의 주제 다양화, 역할 강화 등이 요구된다.

전라도 새로운 천년의 시작인 2018년은 함께 함으로써 더 웅대한 미래를 여는 해가 되어야 한다. 과거 전라도의 전성시대를 되찾기 위해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고, 사람과 물자가 붐비는 전라도를 만들기 위한 혁신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안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함께 밖으로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를 넘보는 ‘강한 지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윤현석기자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