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결코 보지 못 하리/나무처럼 아름다운 시를//단물 흐르는 대지의 가슴에/굶주린 입을 대고 있는 나무//온 종일 하느님을 바라보며/잎 무성한 두 팔 들어 기도하는 나무//눈은 그 품안에 쌓이고/비와 정답게 어울려 사는 나무//시는 나 같은 바보가 만들지만/나무를 만드는 건 오직 하느님뿐”〈조이스 킬머 작 ‘나무’〉

달콤한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조간신문을 펼치는 것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올해도 며칠 남지 않은 것 같다. 꽃보다 나무가, 쓰디 쓴 아메리카노보다 달달한 커피가 더 당기는 걸 보니 무심코 흘려들었던 윗세대들의 취향과 비슷해지는 것에서 세월도 나와 함께 지나왔음을 알게 해준다.

어쩌면 가장 흔한 말이지만 상투적으로 한해의 말미를 장식하는 대체 불가능한 표현이 “다사다난한 한해”가 아닌가 싶다. 격동의 한해, 일 년이 아니라 한 십 년은 살아낸 듯한 올 한해를 되짚어보다 독일 낭만주의 풍경화의 대가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1774∼1840)의 ‘겨울 풍경’(1811년 작)을 떠올려본다.

온기라고는 한 군데에서도 느껴지지 않는 겨울 풍경은 너무나 고요하고 스산해서 두렵고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그 절망적인 풍경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어둑한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안개 속에서 어쩌면 신기루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교회가 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면의 전경에는 바위에 기댄 한 남자가 전나무 앞 십자가상을 올려다보며 기도하고 있다. 먼 길을 지탱하며 순례했을 것으로 짐작하게 하는 목발은 눈밭에 던져져 있다. 화면 속에서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이 감돈다. 착시일망정 극한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누군가를 이끌어주는 작은 희망의 메시지는 그 어떤 것보다 삶의 힘과 용기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자연의 단순한 모방을 넘어 시각적 인상과 정신적·정서적 교감을 담아낸 프리드리히의 풍경화는 일명 ‘구원의 풍경화’로서 한해를 열심히 살아낸 우리를 위한 위안과 묵상의 세계로 몰입하게 해주는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광주폴리부장·미술사박사〉